달러 약세에 베팅 느는데 괜찮을까

2016-04-07 11:42

[그래프=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면서 달러 약세에 대한 베팅하는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강달러 추세가 잦아들면서 원자재가가 상승하고, 신흥국 통화도 강세를 보이자 관련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올리더라도 인상은 이미 예고된 일인 만큼, 과도하게 약달러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는 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엔 환율이 110엔대가 붕괴되면서 1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도 0.02%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런던상품거래소(ICE) 달러인덱스는 올해 1분기에만 4.2% 하락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수치다.

이에 비해 연초만 해도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달러화가 초강세를 이어갔었다. 투자자 역시 달러를 매수하고, 신흥시장에서는 자금을 빼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금리인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투자자가 신흥국과 원자재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신흥국 통화에 베팅하거나, 금과 유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보면 유가 강세에 베팅하는 헤지펀드 수가 2015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 채권펀드에 대한 투자액도 3월 초 순유입세로 전환한 후 최근 6주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국내에 설정돼 있는 52개 원자재펀드는 6일까지 3개월 만에 설정액을 3200억원 이상 늘렸다. 32개 천연자원펀드도 같은 기간 3500억원 넘는 돈을 모았다.

원자재펀드 수익률은 3년, 5년 동안 각각 -56%, -37%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3개월 사이 수익률은 2.41%로 개선됐다. 
 
신흥국 자금 유출세도 완화되고 있다. 31개 글로벌 이머징펀드 설정액은 1년 동안 3270억원 감소했으나, 3개월 사이에는 106억원, 1개월 간에는 17억원이 들어왔다.

85개 중국 본토 펀드도 한 달 만에 1326억원을 늘렸다. 중국본토펀드는 3개월 동안 7% 손실을 냈으나, 한 달 사이 5%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 금리인상 이슈가 결국 다시 불거지면, 달러화 가치도 강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6월쯤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그 전에 달러 약세 흐름이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화 가치 안정을 기반으로, 미국과 신흥국 경기 리바운딩이 일정 수준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