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부청사 침입 공시생, PC 비번해제 프로그램 다수 보유"
2016-04-06 16:14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자신의 이름을 공무원 합격자 명단에 넣어 조작한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채용 담당자 컴퓨터 비밀번호를 풀고자 사전에 치밀히 계획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송모씨(26) 검거 당시 거주지에서 압수한 노트북 PC에서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이 여러 종류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이들 프로그램 중 일부를 이용해 비밀번호 해제에 성공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이 범행 당일 실제로 비밀번호 해제에 쓰였는지 확인하고자 사이버 전문가를 불러 실제로 프로그램을 시연하기로 했다.
송씨 노트북에 저장된 프로그램 가운데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는 다른 운영체제(OS)인 리눅스(LINUX)도 포함돼 있어 송씨가 이를 이용해 윈도 체제에서 설정된 비밀번호를 무력화했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가 인터넷을 찾아보고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보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며 "송씨 진술대로 실제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지는 실제로 프로그램을 돌려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씨는 범행 당일 노트북 PC를 들고 가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가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에 프로그램을 넣어 가져갔을 개연성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5분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 담당자 컴퓨터에 접속,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달 1일 인사처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청사 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송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4일 제주도에서 그를 체포했다.
제주지역 한 대학 졸업 예정자인 송씨는 지난달 5일 '2016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는 경찰에서 "필기시험 성적이 합격선 아래여서 절박한 마음에 범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당일인 3월 26일뿐 아니라 필기시험일 이전을 포함해 5차례 청사에 침입했다는 송씨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송씨는 시험일 전 문제지를 훔치려 청사에 들어갔으나 실패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가 "청사 1층 체력단련장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 3개를 훔쳤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그가 최초로 청사에 들어간 시기와 방법 등을 확인하고자 청사 내부 CCTV를 집중적으로 분석 중이다.
체력단련장에 들어가려면 일단 청사 정문을 통과해야 한다. 원칙대로라면 출입증이 없는 방문객은 방문객 센터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 사유를 적은 뒤 입주 기관 직원과 동행해야 방문자 출입증을 받아 들어갈 수 있다.
경찰은 송씨가 최초로 정문을 통과해 체력단련실에 들어가 신분증을 훔치고, 범행이 이뤄진 채용관리과 사무실 출입문 디지털 도어록을 여는 등 과정에서 청사 내부 인물의 조력을 받았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송씨는 시험 담당자 컴퓨터를 특정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인사처 홈페이지에 있는 업무분장 명단을 보고 확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송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