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vs 구본무, 갤럭시S7·G5에 담은 제품철학
2016-04-04 15:11
우선 갤럭시S7에는 ‘세계 최초 기술보다는 고객을 우선시’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적인 경영전략이 엿보인다.
대표적으로는 카메라 기능을 꼽을 수 있다. 갤럭시S7은 12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를 채택했다. 전작(1600만 화소)보다 낮은 사양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카메라 화소 스펙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작품에서 그같은 숫자 경쟁을 탈피했다. 실상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와 화질 성능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갤럭시S7은 화소 대신 F1.7 조리개 값의 렌즈와 듀얼픽셀 이미지 센서를 적용, 보다 빠르고 정확한 초점과 또렷한 촬영이 가능토록 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디자인도 전작의 커브드 엣지 성공 디자인을 계승해 더욱 부드러운 곡선과 얇은 베젤로 다듬었다.
이처럼 갤럭시S7은 군더더기를 빼고 기존 성능의 최적화‧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가 ‘장인정신’으로 만들었다고 표현한 이유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진정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샤프가 빠진 ‘기술 함정’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샤프는 10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에 10조 넘게 투자해 비용회수의 어려움을 겪으며 쇠락했다.
삼성 관계자는 “10세대는 65인치 이상의 대형TV에 적합한데, 그런 TV를 배치할 가정이 많지 않았다. 시장이 없는데도 성급하게 앞질러 간 것”이라며 “우리는 시장보다 기술이 앞서는 것을 지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50인치 TV가 시장의 대세라고 보고 8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에 주력하고 있다.
갤럭시S7이 ‘장인’이라면 G5는 완전히 새로운 ‘혁신’에 가깝다. 구본무 LG 회장은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혁신으로 경쟁의 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G5는 전에 없던 착탈식 배터리 및 모듈 방식을 도입했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처럼 다양한 모듈로 향후 LG만의 하드웨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게 G5의 차별화 혁신 전략이다.
최근 출범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에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LG 시그니처 기획 당시 초고가의 제품군을 특화시키는 것에 대해 내부에선 반대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LG 시그니처 라인은 저희가 생각한 최고의 디자인과 기능들을 어떤 난관이 있거나 비용이 들더라도 반드시 실현하자는 의지로 실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