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뉴노멀 시대 올것…충격 가늠하기 힘들어"

2016-04-05 09:10
쑹훙빙 환구재경연구원장 인터뷰

 

쑹훙빙 환구재경연구원원장이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제로 금리를 넘어서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과도한 부채로 허덕이던 각국이 경제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들고 경쟁적으로 돈풀기에 나선 것이다. 인류 역사상 마이너스 금리는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드물다. 마이너스 금리가 전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그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쑹홍빈(宋鴻兵) 환구재경연구원장은 “전 세계가 마이너스 금리라는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가져올 충격은 아직 예측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아주경제신문이 주최한 '2016 아태 금융포럼' 참석차 방한한 쑹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액(GDP) 대비 부채율이 286%에 달한다"며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시장에 돈을 푸는 길 밖엔 없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 긴축 조치를 취했다간 눈덩이처럼 쌓인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또 다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러한 현상은 신흥국, 개발도상국에서부터 선진국에까지 모두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유로존, 헝가리 등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지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쑹 원장은 “향후 더 많은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며 미국도 재차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며 다시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서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취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쑹 원장은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마치 블랙홀과 같다. 아직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것이 향후 시장의 기능을 왜곡해 잠재적으로 가져올 충격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부채에 허덕이는 것이 달러 위주의 통화체계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쑹 원장은 이를 미국 할리우드 재난영화 ‘투머로우’에 비유해 설명했다. 영화 투머로우는 글로벌 기후 온난화로 해수의 열염순환이 갑작스럽게 멈추면서 전 세계가 빙하기에 빠지는 현상을 그렸다.

쑹 원장은 “지구가 해수의 열염순환에 의존하듯 세계 경제는 '달러의 열순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전 세계에 형성된 달러 열 순환은 신흥국의 통화 확장을 유도하고,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했다"며 이는 글로벌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이 통화 긴축을 선언하면서 달러의 열 순환이 멈춰 글로벌 경제가 빙하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게 쑹 원장의 진단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촉발해 전 세계 각국의 부채 부담을 키웠고, 미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통화가 취약해지면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쑹 원장은 전 세계 석유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모두 달러의 열순환이 멈추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역시 세계 경제의 빙하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연초 위안화 가치가 폭락하고 자본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한 것 역시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게 쑹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미 달러의 강세는 미국에게도 불리하다며 결국은 미국이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쑹 원장에 따르면 현재 구미 금융권은 석유·천연가스에 3조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투자 대부분이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미국 전체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그는 설명했다.

쑹 원장은 "이미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전 세계 석유 에너지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아 이미 50여개가 파산을 신청한 상태"로 "현재 500개 대형 에너지 상장기업 중 175개는 이미 구제불능 상태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 하락세가 3년 이상 이어진다면 대다수 에너지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해 수천억 달러의 악성부채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것이 에너지에 기반한 금융파생상품을 보유한 은행권 부실로 전염되면 금융권 전체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부터 발생한 부실이 은행권 부실로 이어진 것과 매우 흡사할 것이라는 게 쑹 원장의 지적이다. 결국 미국이 통화 긴축 행보를 강행한다면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쑹 원장은 우려했다.

쑹 원장은 결국은 미국이 이러한 압력에 직면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금리 인상 단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미국 내에선 이미 마이너스 금리 이야기도 오가는 상황이라고 쑹 원장은 전했다.

그는 전 세계가 전반적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달러 위주 통화체계에서 탈피해 다양한 통화의 열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국제화도 그 중 하나의 방법이라고 쑹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신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안화 수요가 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맞닥뜨려야 할 리스크도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연초 홍콩에서 발생한 중국과 국제 투기세력간 위안화 둘러싸고 벌인 '화폐전쟁'이 대표적이다.

연초 위안화는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됐다. 헤지펀드들은 대거 위안화 약세에 배팅했다.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국영은행을 통해 홍콩의 위안화를 대거 빨아들이고 위안화 대출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8000억 위안에 달했던 홍콩 시장의 위안화 유동성이 순식간에 고갈됐다. 위안화 가치는 치솟았고, 헤지펀드들은 거액의 손실을 입으며 화폐전쟁은 중국 정부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쑹 원장은 이는 중국 정부가 국가 권력으로 시장에 개입해 해결한 것이라며 만약 동일한 현상이 홍콩이 아닌 런던·뉴욕·싱가포르 등지에서 일어난다면 중국은 속수무책일 것이라 말했다. 이것이 헤지펀드와의 힘겨루기에서 배운 최대 교훈이라며 이는 향후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은행·증권사 등 중국 금융기관이 아직 대륙에만 갇힌 '우물 안 개구리'로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과거 미국 달러가 영국 파운드를 넘어 세계 기축통화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이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전진할 때 미국의 금융기관도 동시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활발하지만 은행들은 글로벌화에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쑹 원장은 중국이 금융시장을 서서히 개방해 중국 은행권도 글로벌 은행과 경쟁해 국제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쑹홍빈 환구재경연구원장은?

쑹 원장은 저서 ‘화폐전쟁’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글로벌 금융학자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1990년대초 미국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정보공학과 교육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역사와 세계 금융사에 대해 연구해 온 그는 본격적으로 금융 분야에 뛰어들며 미국정부보증기관인 페이메이와 프레디맥의 컨설턴트 고문을 맡았다.

미국에서 금융전문가로 활동했던 쑹홍빈은 세계 경제의 역사가 화폐 발행권을 둘러싼 서방 금융가의 암투라는 음모론적 시각에서 '화폐전쟁' 시리즈를 써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 2009년 11월호에서 그를 2009년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40명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홍위안 증권의 파생상품부 총경리를 거쳐 2009년 민간 국제경제 학술연구기관인 환구재경연구원을 세우고 원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