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물품 위장반입 단속에도 3년간 처벌 건수는 '제로'

2016-04-03 13:16
원산지증명서 조작하는 듯…위장반입 단속 유명무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정부가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제3국을 통해 국내로 위장 반입되는 북한산 물품을 단속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단속이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5·24 조치 이후 북한산 물품 위장반입으로 처벌된 건수는 총 16건이며, 금액으로는 113억원이다.

주요 품목은 무연탄이 3건으로 39억6000만원에 달하며, 의료 4건(46억1000만원), 수산물 6건(11억9000만원), 기타 2건(16억원) 등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산 물품을 중국산 또는 러시아산으로 위장하거나 중국산과 혼합하고, 중국 화물선 등을 이용해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산 물품 위장반입 적발 건수는 2010년 6건에서 2011년 23건으로 급증했다가 2012년 11건, 2013년 8건, 2014년 4건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19건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적발된 29건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처벌 건수는 2011년 8건(44억원), 2012년 6건(41억원), 2013년 2건(28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13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북한산 물품 위장반입 관련 처벌 건수가 전혀 없었다.

관계 당국의 단속 활동이 중단되지도 않았는데 2013년 하반기부터 처벌 건수가 전혀 없다는 것과 관련, 북한산 물품 위장반입 단속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전히 인천과 부산, 목포 등지의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등을 거쳐 들어오는 북한산 물품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적발된 위장반입 물품의 규모가 작아 처벌을 면한 사례도 있지만, 상당수는 제3국 원산지증명 서류를 갖추고 있어 처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 등을 우회해 국내 반입된 북한산 물품에 대해 조작된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대북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3국을 통해 국내로 위장 반입되는 북한산 물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인천세관에서 열린 북한산 물품의 위장반입 차단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에선 수입품에 대한 원산지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산 물품은 대부분 중국 등 제3국 물품으로 위장돼 반입된다"면서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에선 통관 과정에서 북한산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수입품) 원산지 확인 강화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