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올해 1분기에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던 종목의 주가가 대체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통상 주가가 떨어진다는 통념과 배치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매도량 상위 20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3곳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의 주가는 모두 상승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챙기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본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할 때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려고 주식을 매수하는 숏커버링(환매수)에 나서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커버링으로 수혜를 본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꼽힌다.

공매도 1위에 올랐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몰려 1분기에만 2100만 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그러나 주가는 1월 초 4400원에서 지난달 말 6510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 4511원과 비교하면 44.31% 상승한 수준이다.

시장가격이 공매도 평균가보다 높게 형성되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을 마무리하고 두산밥캣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주가상승 기대감이 커지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서둘러 숏커버링에 나선 것이 주가 상승폭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의 1분기 공매도 물량도 전체 거래랑(6000주)의 16.57%인 1000만 주로 공매도 상위 9위에 올랐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1월 초 1만9000원대에서 지난달 말 2만1600원으로 마쳤다. 공매도 평균가(1만7474원)보다 23.61% 오른 것이다.

현대증권은 공매도 상위 20개사 중 15위로 같은 기간에 817만 주의 공매도가 몰렸다. 연초 6200원대이던 주가는 3개월 새 6870원으로 올랐다.

BNK금융지주와 LG디스플레이는 공매도량 상위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1분기에 10% 이상씩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SK하이닉스 등 3개 종목은 공매도 투자자들이 숏커버링에 나서지 않아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1분기에 1518만 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4000원에서 2210원으로 떨어졌다. 조건부 자율협약 등이 시작되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숏커버링을 미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갈수록 손해를 본다"며 "주가가 크게 오르면 주식을 다시 사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숏커버링이 이뤄져 주가가 예상 외의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