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파고에게서 배울 리스크 관리 지혜
2016-04-03 12:51
알파고는 대국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변수를 과감히 없애는 것을 선호하지만, 프로기사들은 끝까지 ‘맛’이라는 변수를 남겨 놓는 것을 좋아한다.
알파고의 기풍은 공격적이기보다 방어적이며, 화려하기 보다 견실하다.
놓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으나, 놓고 보면 좋아 보이는 수를 둔다.
알파고는 이기려는 바둑이 아니라 지지 않으려는 바둑을 두면서 승률을 높인다.
바둑보다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다뤄야하는 기업에게 알파고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업경영에 있어 '업사이드 포텐샬(Upside Potential)'을 유지하는 것보다, '다운사이드리스크(Downside Risk)'를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1월~2월간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5.7%나 감소했고, 주력상품의 수출실적전망도 어둡다.
설상가상으로 수입자의 수출대금 디폴트가 증가해 마음놓고 수출할 수 있는 지역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원자재가격 하락과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수입자의 디폴트가 빈발하고 있고, 중동 등 전통 산유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제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수입자의 디폴트 발생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내구 소비재 등 우리나라 수출품목 대부분이 경기민감형 상품이라, 수출기업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수출기업은 이런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중국경제가 계속 성장하리라 믿었다. 수입자에 대한 신용한도를 늘리고, 거래규모도 확대했다.
미래를 낙관한 나머지 무역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도 무역보험공사가 승인한 보험한도를 크게 초과해 거래를 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수입자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수출대금을 떼이는 수출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한 수출기업 임원은 “올해는 새로운 사업은 꿈도 못꾸고, 부실채권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한다.
최근 많은 수출기업이 새로이 무역보험 가입을 문의하고 있다. 그간 무역보험에 가입하지 않다가, 거래하는 수입자에게서 뭔가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보험을 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위험이 노출된 수입자에 대한 보험인수 심사는 까다롭고 힘들기 마련이다. '이전에 문제가 없을때 보험을 들어 놓았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요즘처럼 경기사이클이 빠르고 예측이 불가능한 경영환경에서는, 규정화된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수를 과감히 지우고, 견고한 기풍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알파고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