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 '암초' 만난 K뱅크... 속타는 KT

2016-04-04 00:01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KT를 필두로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준비 중인 'K뱅크 준비법인'이 독립된 회사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암초를 만났다.

K뱅크 준비법인 3대 주주인 현대증권의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걸고 K뱅크와 경쟁하는 카카오뱅크 주주사여서 현대증권이 보유한 K뱅크 준비법인 지분을 팔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예비협상 대상자로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지분 50%)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선정되면서, 현대증권의 K뱅크 준비법인 지분 매각은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미 사측 내부에서는 지분 매각이 확실시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이 현대증권이 보유한 K뱅크 준비법인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과 관련된 현대증권 관계자는 "KB금융 측이 K뱅크 준비법인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으나,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며 "매각이 마무리되면 지분을 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KB금융 측이 인터넷 은행 양측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으며, 주주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K뱅크 준비법인 주주사는 총 21개사로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이 주요 주주다. 우리은행, GS리테일, 한화생명, 다날 등이 각각 10% 지분을 가지고 있고, KT 지분은 8%다. K뱅크 준비법인은 총 자본 2500억원 가운데 보통주가 2000억원, 우선주가 500억원이다. 우선주에는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이 각각 출자에 참여했다.

이에 최근에는 박경훈 우리은행 본부장과 김명섭 현대증권 상무를 각각 비상근 상임이사로 선임, 지난 14일에는 광화문 인근에 K뱅크 준비법인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KT 입장에서 현대증권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타격이 크다. 현대증권은 K뱅크 준비법인 주주 가운데 증권사로 담당은 자산관리와 증권서비스다. 무엇보다 현대증권은 K뱅크의 핵심 제공 서비스로 꼽히는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자산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동으로 고객 성향을 분석하는 일종의 비대면 자산운용 서비스다. K뱅크 준비법인은 혁신적 사업모델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를 내세웠고 이는 특정인으로 한정하는 게 아니라 대중을 위해 금융의 모든 단계를 지원한다.

K뱅크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자산운용 서비스에 역량을 보태고 있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만 정해진 것으로 향후 과정을 봐야 할 것"이라며 "현대증권이 지분을 팔 때 새 사업자를 찾을 수도 있으나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K뱅크 준비법인은 은산분리 규제도 장애물이다. 현재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인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의 경우 4%(비의결권 주식 포함 10%)에 불과하다. 현대증권이 지분을 팔 경우 KT가 지분 확대에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안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재논의되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