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키워드 ③ 재대결] 4년 만의 ‘리턴 매치’ 봇물…민심은 ‘지겹다’

2016-04-01 04:01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국회를 책임질 금배지 숫자는 이미 확정됐다. 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 19대와 숫자는 동일하나 국회의원 명부(名簿)는 예측불허다. 당초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유력했으나 현역 탈락이 속출하면서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재편된 것이 최대 변수다. 이번 총선이 ‘다당제(多黨制)’ 정계 개편의 분기점이 될 것인가. 오롯이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4·13 총선 성패를 좌우할 주요 키워드를 골랐다. 국민의 선택에 일조했으면 한다.<편집자 주>

‘4년 만에 또 만났다’

선거철만 되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전쟁. 이번 총선에서도 ‘리턴 매치(return match)’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상이 한 둘이 아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여야에 따르면, 총 253개 지역구 선거에서 한 번 이상 맞붙은 이들의 재대결이 무려 57개 지역구로, 5개 중 1개 꼴로 펼쳐진다. 20대 총선은 ‘재대결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 어디에서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민들에게는 십수년 가까이 서로 금뱃지를 주고 받는 격이니 피로감이 엄습하는 데다, 이제는 남같지 않는 이웃들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전쟁. 이번 총선에서도 ‘리턴 매치(return match)’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상이 한 둘이 아니다. 사진은 벌써 5번째 재대결에 나서는 서울 서대문갑 우상호 더민주 의원과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 [사진=우상호 의원 캠프, 남궁진웅 기자 ]


◆ 서울 서대문갑 등 2곳서 5번째 재대결…전국 5곳중 1곳 리턴 매치

서울 서대문갑의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벌써 5번째 재대결로, 전국 최다 맞대결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전적은 ‘2승2패’로, 각자 2번씩 금배지를 나눠 달았다. 나란히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두 사람은 이번이 사실상 ‘결승전’이자 마지막 승부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서대문갑 외에도 5번째 재대결 승부처가 한 곳 더 있다. 강원도 홍천군·화천군·철원군·양구군·인제군 선거구에서 맞붙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과 조일현 더민주 후보다. 지금까지 전적은 황 의원이 ‘2승 1패'로 앞서 있다. 둘다 홍천 출신인 두 사람은 16대 총선에서 처음 만나 당시 유재규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이후 17대 선거에서 조 전 의원이 이겼고, 18대와 19대에서 내리 황 의원이 당선됐다. 조 전 의원은 12대 총선을 시작으로 이번이 아홉 번째 출마라 절박한 심정이다. 황 의원 또한 선거구 조정 끝에 공천장을 따낸 만큼 3선 달성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이들 외에 △경기 안양동안을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정국 더민주 후보 △충북 청주군의 최현호 새누리당 후보와 오제세 더민주 의원은 4번째 리턴 매치다. 서울 관악갑에서는 야야(野野) 후보간 4번째 리턴 매치라 눈길을 끈다.

유기홍 더민주 의원과 김성식 국민의당 후보는 서울대 77학번 동기로서 나이(59세)도 같다. 17대 총선에서 유 의원이, 18대에선 김 후보가 각각 이겼다. 19대에선 다시 유 의원이 이겨, 이번에 김 후보의 설욕전이 주목된다. 여기에 원영섭 새누리당 후보가 가세했다.

세번째 맞대결을 하는 지역도 전국 7곳에 이른다. 특히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여·야 여성 중진들 간 김-김 재대결이 3번째 펼쳐진다. 김영선 전 의원이 18대에서, 김현미 의원이 19대에서 승리한 터라 20대 총선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될 예정이다.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여·야 여성 중진들 간 김-김 재대결이 3번째 펼쳐진다. 김영선 전 의원이 18대에서, 김현미 의원이 19대에서 승리한 터라 20대 총선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될 예정이다.[사진=서울경기케이블TV 캡처]


◆ 수도권에만 30곳서 재대결…민심은 ‘누가 되든말든’

리턴 매치가 성사된 곳은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도권 리턴 매치가 펼쳐지는 곳은 모두 30곳에 달하는데, 지역주의가 옅고 주요 현안에 따라 바람을 많이 타는 수도권 표심의 향배를 좌우하기 때문에 4년을 벼른 후보들에겐 ‘재도전’의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 마다 같은 얼굴을 마주대해야 하는 주민들의 피로감은 제법 크다. 십수년째 새로울 게 없는 선거라 ‘누가 이겨도 상관없다’는 반응도 만만찮다.

실제 고양 일산서구 지역구 유권자인 유모(남·41)씨는 “정치인이야 누가 되든 다 그 나물에 그밥”이라면서도 “총선 때면 죽지도 않고 돌아온 각설이처럼 또 (의원) 해볼려고 나왔나 싶다”고 말했다. 서대문갑 지역구인 아현역 인근의 주민 이모(남·58)씨도 “둘이 번갈아 가면서 한 번씩 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겠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