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키워드 ② 연대] ‘단생산사(團生散死)’ 여야 모두에 필승 전략일까

2016-03-30 03:30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국회를 책임질 금배지 숫자는 이미 확정됐다. 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 19대와 숫자는 동일하나 국회의원 명부(名簿)는 예측불허다. 당초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유력했으나 현역 탈락이 속출하면서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재편된 것이 최대 변수다. 이번 총선이 ‘다당제(多黨制)’ 정계 개편의 분기점이 될 것인가. 오롯이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4·13 총선 성패를 좌우할 주요 키워드를 골랐다. 국민의 선택에 일조했으면 한다.<편집자 주>
 

​전국 253곳 중 178곳에 달하는 일여다야(一與多野) 지역구에서 제기되는 ‘야권 연대’ 요구 뿐만 아니라, 이른바 ‘백풍(白風)’으로 불리는 여권의 무소속 연대 바람도 심상찮다. (사진설명)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에 참석, 나란히 자리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선거 때만 되면 불어오는 단생산사의 또 다른 이름, ‘연대’의 광풍이 이번 4·13 총선에도 예외없이 찾아왔다. 

전국 253곳 중 178곳에 달하는 일여다야(一與多野) 지역구에서 제기되는 ‘야권 연대’ 요구 뿐만 아니라, 이른바 ‘백풍(白風)’으로 불리는 여권의 무소속 연대 바람도 심상찮다.

일단 후보간 단일화가 필수적인 ‘야권 연대’의 데드라인은 4월 4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부터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면 이후에 용퇴한 후보의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고 만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야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연대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야권 ‘당대당 연대’ 사실상 무산…선거패배 부담

문제는 ‘당대당’ 연대는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는 점이다. 야당은 ‘정권 심판’이란 큰 프레임 속에서 여권의 과반의석 저지라는 목표점은 같지만, 제 후보를 포기하는 대신 선거 이후를 담보할 ‘거래 댓가’를 두고는 제각각 셈법이 엇갈린다. 당대당 차원에서 단일화를 선언했음에도 불구, 야권의 선거 패배에 따른 역풍을 당 지도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야권 연대에 진척이 없는 표면적 이유는 ‘당 색깔(정체성)이 달라서’라지만, 속내는 ‘단일화를 해도 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크게 작용, 막판에 각개전투를 선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역설적으로 야권 연대가 폭발하는 시점이 단일화 데드라인을 목전에 둔 경우가 많은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권자들에게 ‘이러다가 야당 다 지는 거 아냐’라는 위기감을 막판에 조장, 야권 연대의 명분을 획득한 야당은 ‘이렇게까지 (어렵사리 연대를) 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라며 패배의 명분 또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야권연대 논의가 얼마나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제각각 ‘야권 연대’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민주는 내부적으로도 야권 연대에 대한 결이 다르다. 선거를 총괄하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철저히 실리 위주로 연대의 ‘뒷문’은 열어놓은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부산, 경남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 ‘야권 후보 단일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대당 연대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29일에도 “당대당 연대는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구별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막기는 힘들다”고 막판 후보간 연대 여지는 남겼다.

정의당은 일부 지역구에서 야권 연대가 무산되면서 한층 다급해졌다. 심상정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와 박원석 의원 출마 지역구에 더민주가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것과 관련 “더민주가 당대당 논의를 파기하고 후보간 연대와 단일화를 강요하는 것은 연대가 아니라 소수당 후보에 대한 사퇴 강요”라며 비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류성걸(대구동갑), 유승민(대구동을), 권은희(대구북갑) 의원은 사실상 대구지역 '무소속 연대' 결성, 공동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여권 ‘무소속 백풍’ 수도권 역풍 될까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논의가 막판 선거 변수라면, 여권에서는 ‘공천 내홍’ 끝에 탄생한 무소속 후보간 연대 움직임이 복병이다. 야권 연대는 명명백백 여권 후보를 막기 위한 ‘필승 전략’인 반면,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연대는 자신들이 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겠다는 이른바 ‘백풍(白風)’이 수도권까지 미칠 지 여부다. 공천에 불복한 이들이 조직적으로 연대할 경우 야권 연대도 모자라 무소속 연대와의 수도권 전쟁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백풍의 파급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른바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결국 탈당,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을 필두로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만이 함께 ‘흰옷’을 맞춰입고 ‘무소속 연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 이어 수도권에서 무소속 출마한 이재오, 안상수 의원과 임태희, 강승규, 조진형 전 의원이 지난 28일 연대 방침을 밝히긴 했다. 문제는 ‘백풍 연대’의 구심점이 탄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의 무공천 방침으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유 의원이 대구의 나머지 두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있을 뿐이다. 임태희, 이재오 의원은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임에도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등 ‘따로국밥 연대’를 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여권 무소속 연대 후보들은 총선 이후 새누리당 복당 방침을 밝힌 것도 한계다. 이번 연대는 당의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일뿐, 대안 정당을 위한 행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권의 무소속 후보자들은 느슨한 형태의 연대한 뒤 선거 이후 조용히 ‘친정’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