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기술로..." 13년만에 울려퍼진 장국영 목소리

2016-03-31 10:46
장국영 살아생전 음성 수집한후 정서 가미해 가상 목소리 재현

바이두가 장국영 추모 13주년을 앞두고 '오빠와의 시공을 초월한 대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바이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3년이 흘렀네요. 오래 기다렸죠? 고생 많았어요. 잘 지내요? 아직까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마워요…….(중간생략) 여러분이 행복한 삶을 즐기길 바랄 뿐이에요.”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스타 장국영(張國榮·장궈룽)의 살아생전 목소리가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百度)의 최첨단 정서음성합성 기술로 재연됐다고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장궈룽의 추모 13주기인 4월 1일을 앞두고서다. 때마침 올해는 장궈룽의 탄생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바이두는 지난 29일 저녁 베이징 현대 MOMA 바이나오후이(百腦匯) 영화관에서 장궈룽의 영화 ‘연분’의 재개봉 시사회에 앞서 ‘오빠(장궈룽)와의 시공을 초월한 대화' 행사를 진행, 그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틀었다. 

이날 상영관을 꽉 메운 장궈룽의 음성은 그가 2013년 4월 1일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지 13년 만에 팬들에게 전하는 세상에 다 하나뿐인 메시지였다. 그 동안 장궈룽이 단 한번도 말한 적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의 살아생전 말투 스타일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1분 30초 남짓 이어진 메시지에서 장궈룽은 마치 살아있는 듯 팬들의 여린 마음을 보듬어주면서 인생의 풍파를 견뎌내고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바이두는 몇 주전부터 바이두의 장궈룽 팬카페를 통해 팬들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수집해 팬들이 듣고싶어하는 말들을 메시지에 담았다.

13년 만에 장국영의 음성편지를 받은 현장의 팬들은 감격스러워 했다. 한 팬은 “음색이나 말투, 억양까지 비슷했다”며 “기술 발달로 그와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전했다.

장궈룽인듯 장궈룽이 아닌 장궈룽의 목소리를 재현한 데에는 바이두의 최첨단 빅데이터와 딥 러닝기술, 정서음성합성기술이 활용됐다. 바이두는 인터넷 등을 통해 그가 살아생전 영화나 드라마, 인터뷰 등에서 말했던 목소리를 수집해 음성모델을 구축한 후 여기에 정서 감정 요소를 이입해 가상 목소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바이두 기술 관계자는 “아직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해 살짝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향후 기술적으로 더 보완해 언젠가 장궈룽과 완벽히 일치하는 목소리를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구글'을 표방하는 바이두는 음성인식 기술 등 인공지능(AI) 방면에서 중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2012년부터 AI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바이두는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들여 AI 연구소를 세우고딥러닝, 이미지 및 음성인식 등 AI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 로봇, 무인자율주행차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