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르포] 관악을 '오·정·이 삼국지'…절대 강자 없는 3파전 승부

2016-03-31 00:52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4.13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본격적인 거리유세가 시작되기 전이라 시민들은 아직 제대로 후보 파악도 못 하고 있다.

30일 서울 속의 '호남'이라는 별칭이 붙은 여당의 텃밭 '관악을' 지역을 방문했다. 51만 관악구에서 2호선 서울대 입구·봉천·신림·신대방역을 기준으로 남쪽 지역이 '관악을' 지역이다.

이곳은 관악산, 서울대학교, 달동네, 고시촌 등이 먼저 떠오르는 여전히 서울 남쪽에서 낙후된 지역 중 하나다.

◆ 야당 불신 팽배, '어차피 당선은 오신환'

"원래는 야당을 지지하는데, 야당이 중구난방이다. 똘똘한 놈이 하나만 돼야 하는데 이렇게 가면 여당인 오신환이 무조건 될 것 같다"

이날 오전 신원동에서 만난 정정화(63)씨는 야당에 대한 불신감을 쏟아냈다.

신사동에서 10년간 공인중개사로 일한 이종대(59)씨도 "야당이 통합하지 않으면 지난해 선거처럼 오신환 후보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행자 후보가 지역 기반을 잘 다져놨기 때문에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총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난곡동에 거주하는 김청미(53.여)씨는 "원래 민주당인데, 요번에는 사람을 보고 뽑아야지"라고 말했다.

야당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주민들은 밀어줄 야당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에 현역 오신환 후보는 포인트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 우림시장 입구에서 오신환 후보를 만났다. [사진=윤정훈 기자]


◆ 2040 부동층, 사전투표제 변수

'관악을' 지역의 유권자는 약 21만명이다. 이 중 1인 가구는 40%, 2040세대는 60%에 육박한다.

이번 총선에서 4월 8일과 9일 양일 동안 사전 투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선거의 또 다른 변수다. 이 기간 선거에 관심없는 부동층이 어떤 선택을 할 지가 당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조원동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투표할 계획 없어요"라고 말했다. 난곡동에 거주하는 이영재(34)씨는 "지난해 재보궐 선거는 투표 안 했는데 총선은 꼭 하겠다. 새누리당은 빼고 정하겠다"고 털어놨다.

서림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윤아(29·여)씨는 "복지에 신경 쓰는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Oh! 신환

새누리당의 젊은 기수, 오신환 후보는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야권의 거물 정동영 후보를 제치고 27년만에 붉은 깃발을 꽂았다.

30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 우림시장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오신환 의원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손 어쩌다 다치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출근길 주민들에게 오 의원은 2시간여 동안 부지런히 인사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오 의원의 인사에 정겹게 받아주고, 대답해줬다.

1년 남짓 짧은 현역으로 지내고 있는 오 후보는, 재보궐선거의 영향으로 지역구 주민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다.

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젊은 정치인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29일 국회에 들어가서 두 달 만에 유일호 국토부 장관에게 신림선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서울대학교까지 이어지는 경전선은 관악구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신림선은 2020년, 보라매공원~난향동으로 이어지는 난곡선은 2022년 완공될 예정이다.
 

30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난곡사거리 인근 한 카페에서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만났다. [사진=윤정훈 기자]


◆ 관악은 야당 텃밭, 정태호 "자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대변인, 박원순 서울시장 선대위 정책특보를 역임했던 정태호 후보가 관악을에 재도전한다.

그는 27년 야당 텃밭을 수복하고, 잃었던 민심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신림동 사무소에서 만난 정 후보는 "경전철이 들어오면 역사(驛舍)가 생긴다. 역사를 중심으로 지역개발을 하는 게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같은 당의 박원순 서울시장, 유종필 관악구청장 등과 협력해 지역 사업을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재보궐에서 패배 후 절치부심한 정 후보는 이번 총선은 다르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제가 가진 경쟁력은 풍부한 국정경험이다"라며 "대통령직 인수위, 청와대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정무와 홍보 등 다양한 경험이 있고 50대 초반의 나이라 의원으로서 적기"라고 설명했다.
 

30일 오후 이행자(서울 관악을) 국민의당 후보를 서울 관악구 조원동 관악농협 농산물백화점에서 만났다. [사진=윤정훈 기자]


◆ 난곡의 맹주 이행자

이행자 후보는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후보 외에 서울지역에서 경합을 벌이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 후보 중에 가장 늦게 공천을 받았지만, 이 후보는 여러 번 소경선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악을 지역에서 태어나 문창초등학교, 미림여고 등을 거친 이 후보는 '순종 토박이'다.

다른 곳은 모르지만 관악구의원(2006~2010)과 서울시의원(2010~2016)을 지낸 난곡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가장 높다.

이 후보는 "여당에서 1년 했지만, 강남아파트 재개발과 사시 존치 등 중요 현안이 바뀐 게 없다"며 "여당과 제1야당 외에 또 다른 야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경쟁구도가 갖춰져야 지역이 바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