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HOT한 공연] 윤석화의 '마스터 클래스', 120분 간의 전율

2016-03-30 11:16

'마스터 클래스'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윤석화[사진=돌꽃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명작은 그냥 탄생하지 않는다. 기교도 스포트라이트도 고개를 숙이는 것은 명장의 관록이다. '마스터 피스'란 전성기를 지나야 비로소 보이는, 온갖 풍파와 역경을 견뎌낸 자들만 얻을 수 있는 무엇이다.

20일 서울 공연을 종료하고 다음 달 20일 부산으로 무대를 옮기는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초연에서 칼라스 역을 맡은 배우 윤석화가 다시 한 번 이 역으로 무대에 선다. 이번 작품은 윤석화에게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마스터 클래스'의 배경은 칼라스의 전성기가 지난 1970년대 초반이다. 1971년과 1972년 칼라스는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기성 성악가를 대상으로 한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는데 이를 소재로 한다. 수업에는 피아니스트와 세 명의 성악가, 그리고 칼라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 나가는 건 전적으로 칼라스다. 압도적인 대사량과 독백은 여러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 연극을 1인극에 가깝게 보이게 한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한 장면[사진=돌꽃컴퍼니 제공]


'영영 이별 영 이별', '먼 그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여러 1인극 작품 무대에 섰던 윤석화는 오랜 기간 쌓인 내공을 '마스터 클래스' 무대에서 아낌 없이 쏟아낸다. 혼자 소화해야 하는 대사량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어가는 내공은 혀를 절로 내두르게 할 정도.

데뷔 40주년이라는 영광적인 시기를 걷고 있지만, 배우로서 혹은 연출로서 다양한 풍파를 겪으며 윤석화는 전성기에서 한참 멀어졌다. 그래서인지 성대가 상해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데다 자신을 '종달새'라 부르며 사랑하던 부호 오나시스에게 버림까지 받은 상태인 칼라스의 처절한 심경이 1, 2부 말미 독백으로 펼쳐질 땐 윤석화가 아닌 실제 칼라스가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모진 시간을 견디며 명장의 자리에 올랐고, 전성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예술가는 서로 닮았다.
 

'마스터 클래스'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윤석화[사진=돌꽃컴퍼니 제공]


지난 1998년 초연 당시 윤석화가 이 작품으로 이해랑연극상을 거머쥐었다는 걸 알고 나면 윤석화가 왜 배우 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선택했는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칼라스는 극에서 끊임 없이 자신의 성공과 지난 영광들을 반추한다. 윤석화에게 '마스터 클래스'가 갖는 의미 역시 그만큼 각별하다.

칼라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한편으론 윤석화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윤석화의 몸을 통해 두 명장이 하나가 되는 장면을 목격할 때 관객은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달 20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다음 달 29일부터 30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120분. 만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