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을 진단할 수 있는 책, '켄 윌버의 신'

2016-03-21 14:44
칼럼니스트(문학박사)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 수배됐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하기 위해 피신처였던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지난 15일 참여불교재가연대·동국대 범비대위·용주사 신도비대위 등은 조계사 앞에서 '청정조계종단 실현과 교단개혁을 위한 기자회견 및 규탄법회'를 열었다. 동국대는 지난해 비리 의혹이 제기된 전 총장 보광 스님과 이사장 일면 스님에 대한 사퇴 후 이사들이 종단 추천 인물로 채워지고 있는데 대해 "조계종단은 무분별한 개입을 멈추고, 동국대의 법적 독립성과 민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용주사 신도비대위는 은처자 의혹에 유전자 검사를 약속했던 용주사 성월 주지가 시간만 끌고 있다며 규탄했다.

지난 18일엔 '동국대 사태' 당시 총장과 이사장 사퇴를 요구했던 한만수(57)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가 동료 교수 폭행과 학교 직접 비방 등의 이유로 학교 측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에 동국대 교수협은 "한만수 교수의 무죄가 유력한 시점에서 1심 선고를 지켜본 뒤 징계여부를 결정해달라는 요구에도 학교 측이 해임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한 신도는 "노동조합의 해체를 위해서 복직을 하기 위해서는 몇 년간의 소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비양심적인 기업들이 저지르는 부당 보복 징계를 이제 우리불교가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1일 조계종 부처님 오신 날 봉축위원회는 올해 부처님 오신 날(5월 14일) 봉축 표어로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을 채택했다. 날로 각박해지는 요즘 이기적인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마음으로 받아들여 공감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뜻이다. 
 

'켄 윌버의 신'.[사진=김영사 제공]


수행을 통해 성취를 이룬 통합심리학의 대가인 켄 윌버(Ken Wilber)는 ‘의식 연구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1978년 존스타운 대규모 자살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불과 3박4일만에 완성했다는 '켄 윌버의 신'(조옥경·김철수 옮김 , 김영사)이 지난 15일 새롭게 번역 출판됐다. 원제목은 ‘A Sociable God’(사교적인 신)으로 ‘당신이 성장할 때 신도 진화한다’는 부제가 달려 있다.

윌버는 ‘정당성’과 ‘진정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통해 모든 종교의 타당성 정도를 판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정 종교가 특정수준에서 의미, 통합, 가치를 얼마나 잘 제공해주는지에 대한 최소한 수평적 정당성 그리고 그 종교가 상위 수준으로의 한 단계 더 높이 상승을 하는 ‘변용’을 얼마나 잘 촉진시켜주는지에 대한 수직적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 예로서 정당성은 없으나 진정성이 있는 종교, 정당성은 있으나 진정성은 없는 종교, 둘 다 있는 종교, 둘 다 없는 종교 등을 구별하여 제시한다. 결국 전체적인 포옹 즉, 해당 (종교)구조가 내적으로 온 우주(개인, 집단, 사회, 민족, 세계 포함)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의 준거’와 ‘판정 척도’를 사용했다.

혜일 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은 최근 몇몇 불교 매체들을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취재금지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 언론탄압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대응책을 오는 30일까지 마련하겠다고 지난 16일 중앙종회에 보고한 바 있다.

'자비로운 마음, 풍요로운 세상‘은 부처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한 세상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종교'가 우리의 걱정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고통받는 중생이 부처를 아니 부처의 제자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우리 불교의 대표 브랜드인 대한불교조계종이 특정 언론을 취재에서 배재하고, 한만수 교수와 같은 양심적인 학자를 해임하고 있다는 ’우려‘를 듣고 캔 윌버는 과연 뭐라고 판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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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사부대중이 맑고 밝은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