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동영 “기성 정치권, 구조화된 불평등에 무능·무책임…20대 총선 통해 변혁 꾀할 것”

2016-03-14 00:00

정동영 국민의당 전북 전주병 예비후보가 12일 오후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주=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전주덕진) 최신형·김혜란 기자 =그의 한국 사회 진단은 폐부를 찔렀다. 한마디로 정의했다. ‘구조화된 불평등….’ 실제 그랬다. 어느덧 대한민국이란 작은 한반도는 ‘탐욕사회의 축소판’으로 전락했다. 맹렬히 이익만 추구하는 ‘천민자본주의’가 만연됐다. 진리도 정의도 자본과 권력이 독점했다. 사회 재생산 문제를 담은 실질적 민주주의는커녕 87년 체제의 산물인 절차적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등이 모두 위기에 빠졌다. 어느새 자본과 권력이 ‘완벽한 볼트와 너트’ 관계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대한민국에 ‘정치변혁’을 통한 구조화된 불평등 해소를 들고나온 이가 있다. 정동영 국민의당 전주병(전주덕진) 예비후보다.

2010년 민주당 10·3 전국대의원대회 당시 그는 ‘담대한 진보’를 전면에 내걸고 제1야당의 진보노선을 주도했다. 이른바 ‘정동영의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다.’ 신자유주의 책임론은 민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도 자유롭지 않다. 두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 예비후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 예비후보는 정치인의 존재 양식을, 자기 존재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투쟁,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 등 현장정치에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조차 정 예비후보를 치켜세우지 않았나.

물론 몇 번의 실패가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동영의 정치실험’이 기득권 정당 체제를 깨는 바위가 될지, 거대 양당의 벽에 부딪힐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민주주의·사회양극화·한반도평화’ 등 3대 위기론을 앞세워 그 어떤 정치인보다 ‘우리 안의 타자’ 문제에 깊이 고심한 정 예비후보의 날갯짓은 한국 진보정치의 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 예비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전주시 덕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제20대 총선이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미완의 민주주의에 그친 87년 체제와 신자유주의의 97년 체제를 극복하는 이른바 ‘정초 선거’라는 분석이 많다. 동의하나.

“이번이 20대 총선이니까, 스무 번째 국회의원 선거 아니에요. 의회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가장 큰 부분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 속으로 가지 못했다. 헛바퀴만 돌고 있지 않나. 개인의 삶과 정치는 무관하지 않다. 양자는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따로 놀다 보니까, 국민 개개인의 삶이 팍팍해졌다. 90%의 국민들이 막막하다고 하지 않나. 출발은 기성 정치권에 균열을 가하는 일이다. 변혁을 초래하는 거다. 결국 정치는 나눔, 즉 권력의 배분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전북 전주병 예비후보는 “20대 총선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정치권력 사이에 놓인 거대한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전주=유대길 기자 dbeorlf123@]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지점이 20대 총선 최대 정책적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구조화된 불평등이다.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의 문제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은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20대 총선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정치권력 사이에 놓인 거대한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이것이 이번 총선의 시대적 의미다. 표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궁금하다. 정치권이 공리공담(空理空談)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이후 전주에서 칩거하다가 1년여 만에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명분은 변하지 않았지만, 당적이 변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았는데, 종착지는 국민의당이다. ‘왜인가’라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거대 양당 혁파 때문인가.

“(2017년 대선이 다가오면) 정권교체를 위해선 함께해야죠. 다만 총선에선 (범야권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중도노선의 ‘국민의당’과 진보노선의 ‘정동영 가치’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정동영의 진보’는 무엇인가.

“나는 진보 맞아요. 진보적 사고를 하고 있고 합리적 진보를 추구한다. 합리적 진보가 개혁적 보수와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 강령을 보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 날개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돼 있다. 강령에 그 정신이 못 박혀 있다.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 민주당 10·3 전당대회 당시 반성문을 통해 ‘담대한 진보’ 담론을 들고 나왔다. 그때의 진보적 가치와 지금의 진보적 가치는 동일한가.

“불변이죠. 그것을 통해서 민주당의 노선을 바꿔냈다. 보수 양당 뿌리를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당헌, 즉 당의 헌법에 ‘보편적 복지 추구’를 명시했다. 굉장히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가 새 민주당의 두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그 깃발을 들고 진군했다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깃발이 민주당 장수 손에 들린 게 아니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손에 넘어갔죠. 장수가 장군 깃발을 뺏긴 것이다. 장수의 기를 적군한테 뺏겼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
 

정동영 국민의당 전북 전주병 예비후보는 “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 탓을 할 게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국가 깃발의 신념을 가지고 나갔으면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을 것”이라며 “야당은 상대방 장수 손에 빼앗긴 그 무능과 무책임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유대길 기자 dbeorlf123@] / [기사=최신형·김혜란 기자]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제1야당의 약한 야성을 둘러싼 논쟁이 진보진영 내부에서 들끓었다.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순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편승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반론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을 할 게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국가 깃발의 신념을 가지고 나갔으면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겠죠. 야당이 상대방 장수 손에 빼앗긴 그 무능과 무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긴급한 의제가 뭐냐, ‘불평등이다, 한반도 평화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각 당의 콘텐츠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격차해소’, 더불어민주당은 ‘포용성장’ 국민의당은 ‘공정성장’을 각각 내세웠다. 결국 내용적 측면의 디테일 싸움이 승부를 결정하지 않겠나.

“새누리당은 ‘언행 불일치’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하지 않았나. 말을 신뢰할 수 없다. 더민주는 ‘성찰 결여’다. 집권 10년간 경제적 빈부의 격차가 벌어졌다. 그게 누구의 책임인지, 고통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뻔뻔하다. 국민의당의 강점은 불평등 의제에 대해 수사를 넘어서서 구체적 각론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이니, 햇볕정책이니, 공정임금제도니, 직접시공제니, 시장 단가제는 물론, 경쟁입찰 부활과 분양원가 공개, 반값 아파트 실시 등을 놓고 국민들과 소통을 할 것이다.”

-지역 관련 질문이다. ‘정동영 역할론’을 놓고 △수도권 출마 △험지 출마 △호남정치 복원 등 여러 갈래가 있었다. 결국 전주로 돌아왔다. 이유가 있었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에 저항하다가 실패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은 만신창이가 된 나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전북과 전주가 베풀어 준 무한한 사랑의 빚을 갚고 싶었다. 전북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1996년(15대)·2000년(16대) 총선 때 연속 전국 최다득표를 했다. 이 무한사랑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정동영 국민의당 전북 전주병 예비후보는 “전주경제의 핵심으로 성장한 한옥마을도 내 의지가 없었다면, 영영 사라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주=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일각에선 정 예비후보가 지역에서 한 일이 없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전주 월드컵경기장 건설과 지금 에코시티로 변신하고 있는 35사단 이전은 정동영이 풀어낸 것이다. 전주경제의 핵심으로 성장한 한옥마을도 내 의지가 없었다면, 영영 사라졌을 것이다. 한옥마을을 부활시켜 전주경제의 생명줄로 만든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전주덕진은 익산 등과 비교해 지역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정동영만의 비전’이 필요할 것 같다.

“15대 국회 때 두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하나는 ‘전주 밀라노 프로젝트’, 다른 하나는 ‘전주의 북서진정책’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서진정책을 위해서 전주·익산·군산을 광역전철망으로 묶고 중국과의 황해교역 시대를 여는 ‘황해 문명시대’의 개막이 필요하다.” (-밀라노프로젝트도 설명해 달라.) “쉽게 말해 전주의 신(新)도시선언이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처럼 ‘맛과 멋’으로 먹고사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전주의 100년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이 기존 산업의 확장을 가져오는 선순환을 만들 것이다.”

-지역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소개해 달라.

“전주 백제로에 들어섰던 공공건물이 혁신도시로 이전, 심각한 도심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노동집약형 공장 등 주변 거주지와 상업지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 활력을 꾀해야 한다. 이 밖에 종합경기장을 비롯해 월드컵경기장, 소리문화의 전당, 동물원, 덕진공원, 체련공원 등의 경우 단순 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창의적이며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도중 못한 말이 있다면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한 말씀해 달라.

“전북에서 제2의 동학혁명을 이끌겠다. 현대판 제2의 동학혁명의 핵심은 불평등 해소다. 이 불평등 해소가 4·13 총선의 시대정신이자, 전북 정치의 첫 번째 과제다. 전북 정치권이 바로 이 불평등 해소에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 한국 정치를 주도할 것으로 본다.”
 

정동영 국민의당 전북 전주병 예비후보가 12일 오후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주=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정동영 국민의당 전주병 예비후보 프로필

◇1953년 7월 27일 전북 순창 출생 ◇전주고등학교(1971)·서울대 문리대 국사학과 졸업(1979) ◇영국 웨일스대학원 저널리즘 석사(1988) ◇유신반대 긴급조치 구속, 민청학련 연루 강제징집(1974) ◇MBC 보도국 정치부 기자·미국 LA 특파원(1978~) ◇MBC 통일부 차장·MBC 뉴스데스크 앵커(1996) ◇15대 총선 전국 최다득표 당선·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1996)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특보(1999) ◇16대 국회의원 2연속 최다득표 당선(2000) ◇열린우리당 당 의장, 통일부 장관 겸 NSC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제17대 대통령선거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 대통령 후보(2007) ◇제18대 국회의원(전주 덕진) ◇민주당 최고위원(2010) ◇민주당 남북평화특별위원회 위원장(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