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민주 청년비례대표 후보자, 전체 공모자의 9.6%…2030세대 대변자 무색
2016-03-08 16:54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모자 중 청년 비례대표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IT 진화와 맞물려 촉발한 2030세대 담론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정치 육성 프로그램 대신 ‘슈퍼스타 K’ 방식의 이벤트 정치에 매몰된 각 정당의 철학부재가 부른 비극이란 얘기다.
특히 더민주는 ‘문재인 체제’ 때 만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선출 시행세칙’의 변경 여부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 시스템 공천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천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설에 휩싸인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더민주보다 한발 늦은 비례대표 공모로, 앞서 외친 개혁 공천이 후퇴됐다는 지적이다. 청년 정치를 볼모로 삼은 한국 정치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공모한 비례대표 공모자 228명 가운데 청년 비례대표 지원자는 22명(남자 17명·여자 5명)으로, 전체 공모자의 9.6%에 불과하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현재 더민주)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 수는 372명이었다. 4년 만에 6%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민주의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 신청 자격 요건이 강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년 정치인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39세 이하는 ‘16.3%→13.7%→13.3%→3.7%’를 기록한 반면, 50대 이상은 ‘54.0%→ 46.0%→47.3%→70.2%’로 하락했다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야의 기성 정치권이 청년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사이, N포 세대(주거·결혼·인간관계 등을 포기한 청년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를 대표할 청년의 독자세력화가 물 건너갈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당선권 축소 우려도…청년정치 어디로
더 큰 문제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의 당선권 축소 우려다. 더민주는 ‘문재인 체제’ 당시 중앙위원회 순위투표에 의한 청년·노동·취약지역·당직자별 후보 선출이란 큰 골격을 짰으나, 지난달 29일 당무위원회에서 선거 관련 당규 규정 폐지 및 유권해석 등을 ‘김종인 비대위’에 위임했다. 김종인호(號)의 칼춤이 청년 정치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됐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현재 당 안팎에선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배치와 관련해 성별과 관계없이 한 명 혹은 남녀 한 명씩 뽑은 뒤 한 명은 당선권, 다른 한 명은 당선권 밖에 배치하는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경선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자는 공모자 수만 공개됐을 뿐 구체적인 명단은 비공개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22명도 본지 확인 결과, 남자는 김국민 전국대학생위원장·김규완 한국미디어교육협회 정책기획실장·서지완 로스쿨학생협의회장·이수영 해피위시연구소 대표소장·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 등, 여자는 김빈 빈컴퍼니 대표·정은혜 당 부대변인(이상 가나다순) 등 소수만 파악됐다. 더민주 한 당직자도 “완전 깜깜이 선거”라고 잘라 말했다.
더구나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인 전순옥 의원과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성곤 의원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비례대표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명망가 정치인들이 소수자 배려 몫인 비례대표의 한쪽을 차지하면서 청년 비례대표 축소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타 정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슈스케’ 방식의 공개 오디션 방식을 천명한 새누리당은 사실상 상향식 공천 불가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우리가 원하던 방식(상향식)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르면 오는 9일부터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를 받는다. 청년 정치가 계파 갈등의 인질로 잡힌 한국 정당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