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한국경제, 3%대 성장 멀어지나…유일호 "아직까지는 이븐"
2016-03-02 16:11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를 둘러싼 주요 경제지표들이 추락하면서 정부가 예상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3.1% 달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지난해 한국경제를 지탱했던 내수마저 흔들리면서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성장은 커녕 외끌이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지표가 속출하자 올해 3%대 성장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단 정부는 아직까진 성장률 달성에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서로 상쇄하면서 목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모양새다.
◆ 수출·생산·소비 추락…한국경제 기댈 곳이 없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지난해 10~11월 연속 감소했던 전체 산업생산은 12월 반짝 반등에 성공한 뒤 겨우 한 달 만에 하락 반전 했다.
또한 내수의 바로미터의 소매판매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소비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7%)와 의복 등 준내구재(0.7%)가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줄며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작년 말 종료된 영향이 컸다.
수출은 더 심각하다.
전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수출액(잠정)이 36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12.2%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월간 수출액은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여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성장 기록을 갈아 치웠다.
문제는 지난해 12월부터는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퍼센트로 수출액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수출 감소율은 18.5%로 지난 2009년 8월 -20.9% 이후 6년 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해부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내외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기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어 수출 부진을 단기적으로 털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한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전문가들 "3%대 성장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요 경제지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는 3%대 성장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더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 세계 경제연구소와 투자은행(IB)의 경제 전망치를 모아 매달 발표하는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2월 집계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였다.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하락, 올해 성장률이 작년(2.6%)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집계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2월에는 평균 3.7%였지만 3월 3.6%, 7월 3.3%, 9월 3.2%, 10월 2.9%, 12월 2.8% 등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대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분기 내수 절벽을 방어하는 것이었다"며 "그러기 위해선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지속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로서 보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작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부터 추경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1분기를 걱정했지만 작년 12월, 올해 1월 경제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너무 늦게 부양책이 나왔다"며 "1분기 내수 절벽을 완화하기엔 늦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가 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가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출 규제 때문에 빚에 의해 소비를 늘리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재정과 수출을 늘리는 데 신경 써야 한다"며 "필요하면 추경을 할 필요가 있으며 환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등의 수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일호 "성장률,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 상쇄…아직까지는 이븐"
경제지표가 고꾸라졌지만 정부는 3.1% 성장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G20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중국 상하이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지난해 말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이후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마이너스 요인과 플러스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면 아직까지는 이븐(even)이라고 본다"라며 성장률 달성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 부총리는 "마이너스 요인은 1월에 수출이 18%대로 내려간 것과 중국 증시가 어려우리라는 것 등으로 그것이 3.1%를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사실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기대했던 이란 진출, 재정조기집행,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지난해 12월 성장률 전망할 때 생각하지 못했거나 쓰지 않은 카드들이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앞으로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같은 험악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성장률 달성이)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역시 이날 내놓은 산업활동동향 분석자료에서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낙관하는 전망을 넣었다.
기재부는 "2월에 들어서면 수출 물량이 11.2%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개소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광공업 생산, 투자, 소매판매 등 주요 산업 지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