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vs 소비자단체, 소액 카드결제 거부권 두고 신경전
2016-03-02 15:30
보통 카드업계는 결제금액이 1만원이 돼야만 손익이 '제로'라고 말한다. 1만원 이하의 모든 결제건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해만 보는 '마이너스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이 0.7%씩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소액결제 거부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략 1만원 정도의 금액에 대해서는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 카드사들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 카드업계 “역마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
여신전문금융법 제19조 1항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속칭 '의무수납제'라 불리는 이 조항에 따라 국내 카드가맹점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실제로 소액 카드결제의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평균 결제금액도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갈수록 더 적은 금액을 카드로 자주 결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15년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전체카드 평균 결제금액은 지난 2012년 5만8000원에서 지난해에는 4만6533원으로 감소했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의 평균결제금액은 3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6.7% 줄어들었다.
편의점에서 사용한 카드 승인 실적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조2000억원, 2014년 6조4800억원에 이어 2015년에는 9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2%나 늘어났다. 편의점은 1만원 내외 소액결제가 대부분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 구조에서 소액 카드결제는 건수에 비례해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며 "카드업계의 의견은 반영도 안한채 무대포식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려놓고, 카드사에게 손해를 떠안으라는 것은 업계를 아사 직전으로 몰고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소비자단체 “수수료 절감을 핑계로 소비자에게 책임 전가 말라”
소비자단체는 ‘의무수납제 폐지’와 관련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핑계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카드시장은 처음부터 자율 계약이 형성돼 정부 주도로 급격히 성장한 우리의 풍토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초창기 현금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국내 환경에서 카드 시장을 인위적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형적인 법안을 만들어 카드결제를 강제했다”며 “당시 정부에 편승해 이익을 낸 카드사들이 이제 와서 손실을 이유로 소액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은 지난 1998년 정부가 조세정책의 일환으로 카드업권을 성장시켜 탈세를 막기 위해 시행됐다. 국세청은 과세 기간 수입금액 2400만원 이상인 사업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을 맺도록 강제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그동안 국민들의 강제적인 카드 사용으로 이익을 낸 카드사들이 손실이 난다고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곧 시행되는 5만원 미만 거래 무서명제도 등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을 강제하면 동전 거래 등 각종 불편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해마다 조 단위의 수익을 내는 카드사들이 부가혜택과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줄이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의 지난해 상반기 6개월 동안 당기순이익은 1조87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맴점 수수료 수익은 8000억원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신한 3820억원 △KB 1813억원 △삼성 1760억원 △현대 1442억원 △롯데 762억원 △비씨 627억원 △우리 583억원 △하나카드 70억원 등 지난 2014년 상반기 대비 총 8개사 중 5개사에서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