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순수 車판매로 9년 만에 '흑자' 이룬 최종식 쌍용차 사장, "연간 흑자기업 도약"
2016-02-22 07:10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쌍용자동차는 잇따른 인수합병과 매각, 중국 ‘먹튀자본’에 입은 상처, 장기간 파업과 해고로 얼룩진 노사관계 등 유난히 굴곡이 심했다.
파도 속에서 부침하는 작은 배처럼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반복하기를 수차례.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지난해 쌍용차의 ‘명운’을 걸고 탄생한 ‘티볼리’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티볼리 효과’는 쌍용차의 전환점이 됐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최다 판매 실적(9만9664대)을 내는 등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 순수 영업활동으로 9년 만에 흑자...연간 ‘흑자기업’ 도전
쌍용차는 지난해 티볼리 판매 확대에 힘입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분기 342억원, 2분기 199억원, 3분기 36억원 등으로 점차 개선됐고, 이어 4분기에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계상으로는 8분기만에 이룬 흑자전환이다. 2013년에 자체 자산매각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순수한 영업활동으로는 9년 만의 성과다.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축하인사에도 최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최 사장은 “지난해 4분기 흑자는 성취라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적자기업이라 민망하다”며 “올해는 연간기준으로 영업흑자를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전년(769억원) 대비 411억원 정도 개선된 영업손실 3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를 연간기준 영업흑자 달성의 원년으로 삼은 데는 티볼리의 안정적인 판매와 라인업 확충에 있다. 쌍용차는 오는 3월초 티볼리 롱보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티볼리 효과는 단순한 판매량을 확대를 넘어 쌍용차를 이용하는 연령층을 확대시켰다. 최 사장은 “티볼리는 쌍용차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라며 “첫차 시장을 겨냥한 티볼리의 구매자를 살펴보면 25~35세가 40% 달하는 등 반신반의했던 티볼리 성공으로 쌍용차 브랜드가 젊어지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이 티볼리로 쌍용차를 접하면서 고객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마련된 것이다. 최 사장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쌍용차 고객은 로열티가 높은 만큼, 새로운 고객층 창출로 앞으로 보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쌍용차는 올해 티볼리 판매목표를 8만5000대로 잡았다. 최 사장은 “티볼리는 소형차이기 때문에 매출단가가 높지 않지만, 판매량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큰 모델”이라며 “티볼리 에어를 포함해 가솔린, 디젤 등 티볼리 전 모델이 생산되는 내년에는 10만대 판매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 SUV 명가(名家), 굴곡진 역사 속 ‘힘의 원천’
숱한 인수합병과 매각 속에서도 쌍용차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천은 SUV 제품과 투자 마인드다. 최 사장은 “쌍용차가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힘은 SUV”라며 “SUV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거기에 적합한 기술력을 갖춘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시장을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SUV가 대세인 것도 호재다. 최 사장은 “삶의 질이 좋아지면서 레저용도로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승용차는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SUV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SUV 판매는 전년대비 33.9% 급증한 약 45만대가 팔렸다. 세계시장에서도 SUV 비중은 22.9%를 기록했다.
또 그는 체어맨과 같은 럭셔리 모델 등에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마인드도 지속성장 비결로 꼽았다.
쌍용차는 'SUV 명가'라는 타이틀을 해외시장에서도 구축하고 있다. 판매 규모는 적지만, 100여개 국가에서 쌍용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페루 경찰차 시장을 접수했다. 튼튼한 프레임 보디로 오프로드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이는 프리미엄 SUV ‘렉스턴 W’가 그 주인공이다.
최 사장은 “지난해 12월 비딩(bidding‧계약을 따기 위한 경쟁적인 응찰)을 획득했다”며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페루 경찰청에 렉스턴 가솔린 모델 2100대를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페루 경찰차로는 2013년 현대차 싼타페가 800대 공급된 적 있으며, 올해 그 자리를 쌍용차 렉스턴이 꿰찼다. 경찰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장비들을 장착한 렉스턴 특수 제작 차량은 오는 4월 평택항에서 선적돼 페루에 공급될 예정이다.
쌍용차는 이번 경찰차 공급으로 렉스턴의 우수성을 적극 알릴 수 있음은 물론,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에서 쌍용차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생산 확대 과제, 제품 강화‧해외시장 공략으로 ‘돌파’
쌍용차 평택공장은 25만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14만5000대를 판매해 가동률은 60% 수준이다. 티볼리 판매 등으로 끌어올린 가동률로 6년간 갈등을 빚어온 노사 간에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의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최 사장은 “청년 실업, 노령화 등 사회문제가 시급해 서비스관련 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굴뚝산업의 고용효과가 더욱 크다”며 “쌍용차가 25만대 생산량 공장에서 현재 15만대밖에 못만들지만 10만대 이상 생산을 늘리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1차 협력사만해도 280~290개, 2차 협력사까지 합하면 1500개가 된다”며 “현재 쌍용차가 15만대 만드는 데 판매 물류, 정비 네트워크 등 80만명이 함께하는 등 고용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쌍용차의 생산 확대를 위해 제품 라인업 강화와 해외시장 공략을 내세웠다. 최 사장은 “지난해 티볼리가 출시되면서 전체적으로 상품 매출 구조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쉬운 것은 기존 차종들 판매가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며 “향후 제품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개선해서 전체적인 제품 균형을 맞추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는 티볼리 에어 출시를, 내년에는 렉스턴 후속 모델로 프로젝트명 Y400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2018~2019년에는 럭셔리 픽업트럭(프로젝트명 Q200)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미래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모회사인 마힌드라와 기술 협력을 통해 전기차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시장 공략도 중요하다. 국내 내수판매는 한계가 있어 회사 규모 확장을 위해서는 수출이 관건이다. 이에 쌍용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해 3년 이내에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한 조립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최 사장은 “중국의 경우 더 이상 합작회사 설립은 어려운 형편”이라며 “기존 업체 생산 시설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있는 모델을 생산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영원한 숙제인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한창 공부 중이다. 최 사장은 “앞으로 한 3~5년 타임프레임을 놓고 미국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라며 “차기 티볼리 모델은 미국형 모델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해외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최 사장은 “15~20년 된 무쏘 등에 아직도 부품 공급이 이뤄지는 등 쌍용차는 독일차의 뛰어난 기술을 기반으로 해 튼튼하고 내구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지형조건이 험악한 곳에서 선호 될 수 있다”고 해외시장 확대 진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1950년 전북 전주 출생 △1968년 전주고 졸업 △1973년 서울대 경영학 졸업 △1977년~1992년 현대차 수출기획부장, 승용 마케팅 부장, 캐나다 현지법인 판매부장 △1993~1996년 현대차 미주법인 캐나다 담당 부사장 △1997~1998년 현대차 경영관리 실장, 마케팅 실장 △1999~2000년 기아차 마케팅 실장 △2001~2005년 현대차 기획실장, 마케팅 총괄 본부장, 상용차 판매 본부장,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 법인장 △2007~2008년 중국 화태자동차 부총재 겸 판매회사 총경리 △2010~2015년 쌍용차 영업부문장 △2015년 3월~ 쌍용차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