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생존출산-3] 보건소에서 임신 초음파를?
2016-02-16 12:10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임신을 하고 가장 듣기싫은 말은 "임신부가 너무 가만있어도 안 돼. 좀 움직여 줘야지."였다.
일의 특성상 하루에도 두세번씩은 이동을 해야한다. 서 있는 경우도 많다. 임신 후반기에 들어 체중이 불면서 다리가 붇기 시작했다.
자다가도 다리에 쥐가 나 벌떡 일어나는 순간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 너무 가만있지 말고, 움직여 일하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 속 깊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일을 하며 태교는커녕 제 몸 돌보는 것 하나 어렵다.
자연분만에 좋다는 임산부 요가 동영상 강의는 몇 달 전부터 끊어 놨다.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돼 TV 앞에 죽은 듯 누워있기 바쁘다.
문화센터로 임산부 요가를 하러 다닌다는 임신부 친구의 처지가 부러울 따름이다.
여기에 서러운 점을 보태자면 일하는 임신부가 이용하기 힘든 보건소의 각종 임신부 관련 지원들이다.
기자가 거주하는 강동지역의 보건소에는 임신초기 검사 및 기형아 검사,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등을 무료로 해준다.
또 출산준비교실도 마련돼 출산준비 과정 및 순산체조, 임신 중 올바른 식습관 등을 알려준다.
일반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할 경우 1회에 2~3만원 돈이 들고, 각종 검사 비용도 10만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산장려금으로 고운맘 카드를 발급받으면 50만원이 지원된다고는 하지만, 이 돈으론 출산 전 병원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
산후 200~300만원하는 조리원이나 100만원이 훌쩍 넘는 산후도우미 힘을 빌려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한푼이라도 아쉬워 무료 지원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하지만 각종 검사를 비롯해 임신부를 위한 프로그램 대부분은 평일에 진행돼 직장인에겐 무용지물이다.
돌이켜보면 보건소에서 이용했던 서비스라곤 엽산과 철분제를 받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임신부 사이에서도 계급이 나뉘어져. 여유를 가지고 태교를 하는 네가 바로 '골드 임신부'야!""그러면 넌?""난 그냥 임신한 노동자." 한 임신부 친구와 한 대화다.
그리고 임신한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세심한 정책적 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