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가 무더기 하락… 국내 조선업계 '전전긍긍'
2016-02-11 11:18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글로벌 해운시장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가운데, 벌크선 가격도 바닥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벌크선 건조의 경우, 주로 중국 기업이 도맡고 있어 큰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과 저유가 지속으로 인해 주력 선종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런 추세가 깊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1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18만DWT(재화중량톤수)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척당 가격은 4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업황이 크게 부진했던 지난 2012년 연평균 가격(4600만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또 7만6000DWT급인 파나막스 벌크선의 경우, 척당 선가가 2580만 달러를 기록하며 11.2% 하락했고, 헨디막스(6만2000DWT)와 헨디사이즈(3만5000DWT) 벌크선 가격도 각각 2430만 달러, 2005만 달러로 각각 10.2% 10.9%가 내렸다.
벌크선 가격하락은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한 해상 물동량 감소와 선복량 과잉에 따른 운임이 크게 하락하며 발주량이 감소한 것이 이유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9일 기준 발틱운임지수(BDI)는 291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298포인트로 300포인트가 무너진데 이어 8일에도 298포인트를 기록하며 좀처럼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는 상태다. BDI지수는 경기선행지표이자, 선박의 운임을 나타낸다.
사상 최악의 업황부진이 이어지며 벌크선의 해체도 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월 평균 벌크선 해체량은 3040만DWT로, 그리스 재정위기가 발발했던 2012년 평균 해체량인 3340만DWT에 근접한 수준이다.
2012년 당시 글로벌 조선산업은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 및 이에 따른 수요 감소, 은행권이 리스크 부담을 덜기위해 선박금융을 줄이며 크게 위축된 바 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벌크선 가격 하락에 대해 현재까지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벌크선의 경우, 대부분 중국 기업이 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건조중인 32만DWT급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척당 선가는 935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3.6% 하락에 그쳤다.
또 15만7000DWT급 수에즈막스 탱커는 630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가격이 3.1% 줄었다. 또 7만5000DWT급의 LR1탱커는 2.2%, 5만1000DWT급의 MR탱커는 3.4% 하락해 벌크선에 비해 가격폭 하락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선가 하락이 경기지표와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주력으로 건조중인 벌크선 발주가 줄면서 중국 기업이 가격인하를 앞세워 기타 선종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공산이 높다”며 “추가하락세가 이어지면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인 국내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국내 채권은행들이 저가수주 방지를 위해 면밀한 원가계산에 나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