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에, 가치 하락에' 유가 하락 속 에너지업체 이중고
2016-02-03 11:31
엑슨모빌-BP 등 실적 역대 최악...줄줄이 감원· 설비 투자 축소 계획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한동안 반등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2014년 중반과 비교하면 무려 75%나 폭락한 수준이다. 유가 하락 속에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은 감원, 투자 축소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세계 2위 규모의 영국 에너지업체 BP는 지난해 4분기 이익이 1억 9600만달러(약 2380억원)라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에 22억달러(약 2조 6712억원)였던 점에 비하면 91% 감소한 셈이다. 멕시코 걸프만 석유 유출 사고로 인해 1000억 달러 이하로 시장 가치가 떨어졌던 지난 2010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실적이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BP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BP는 내년 말까지 직원 3000여 명을 추가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종업원 8만 명을 두고 있는 BP는 앞서 지난해에도 4000명의 감원 계획을 밝혔었다.
이에 따라 페트로브라스는 향후 2019년까지의 투자 계획을 기존 1300억 달러(약 157조 8460억원)에서 980억 달러(약 118조 9916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투자 축소로 인해 2020년 석유 생산 목표량도 하루 평균 280만 배럴에서 270만 배럴로 낮췄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150억 달러에 달하는 자회사 지분 매각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도 저유가 직격탄을 맞았다. 엑슨모빌의 지난해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3분기 이후 가장 최악의 성적이다. 이에 따라 엑슨모빌은 올해 설비투자 분야의 지출 규모를 25% 줄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9% 감축한 데 이어진 조치다.
또 다른 에너지업체들도 저유가에 따라 주력 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호주의 리오 틴토 그룹, BHP 빌리턴 등은 비용이 적게 드는 철광석 등을 확대 생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연내 배럴당 85달러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공급 과잉 전망이 이어지는 데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겹치는 상황이어서 에너지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