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D의 공포…소비자물가 석 달 만에 0%대로

2016-02-02 17:45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0%대로 주저앉으며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농산품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13개월 만에 1%대로 떨어지며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집세, 시내버스 요금, 학원비 등 서비스요금 상승률은 4년, 집세 상승률은 거의 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라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 간의 괴리는 더 커졌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오르는 데 그쳤다.

2014년 12월부터 11개월째 0%대를 이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0%를 나타냈고, 12월에는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1.3%를 기록했지만 이번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이는 기록적인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류 제품이 1년 전보다 10.3% 하락하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0.43%포인트 떨어뜨린 데다 작년 1월의 담뱃값 인상 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를 0.58%포인트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7% 상승, 13개월 만에 1%대로 내려갔다.

작년 내내 2%대를 보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부터 물가억제가 아니라 적정한 물가수준 관리를 내세웠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 반전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를 올려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내용을 경제 활력 제고 방안 과제로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물가인상을 통해 기업 매출과 이익을 높이고 이를 투자와 고용확대, 임금인상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었으나 새해 첫 달부터 어긋나고 있다.

또한 지표 물가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만큼 떨어졌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공요금 등 서비스 부문 물가는 2.4%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1.30%포인트 올렸다. 특히 서비스물가 상승 폭(2.4%)은 2012년 1월(2.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공공서비스 중에서는 시내버스료(9.6%), 하수도료(23.4%), 전철료(15.2%)가 1년 전보다 많이 올랐고 부동산중개수수료(-2.6%)는 하락세를 보였다.

개인서비스 항목 중에선 공동주택관리비(4.1%), 학교급식비(10.1%), 구내식당식사비(5.0%), 학원비(중학생 2.7%)가 지난해 1월보다 상승했다.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 요금은 모두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2%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4.2% 껑충 뛰었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양파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117.2% 급등했으며 마늘(41.0%), 쇠고기(국산 14.0%), 파(49.9%), 배추(28.6%), 게(17.8%), 피망(37.7%)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집세는 전월보다 0.2%, 지난해 1월보다 2.9% 각각 상승했다. 집세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13년 2월의 3.0% 이후 가장 높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소비자물가는 유가 하락 등 하방요인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국제 석유시장 동향과 폭설, 한파 등 기상재해 등 변동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국제유가, 기상여건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농축수산물·에너지·교육·통신·주거·의료비 등 서민생활 밀접품목 물가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