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불황, 기술 판매로 극복할 것”(종합)
2016-01-28 18:1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고유의 기술’을 앞세워 불황에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 이노베이터 포럼(Investors Forum)’에 참석해 “포스코는 지난 20년간 연구개발(R&D)투자를 가장 많이 한 회사로 다른 철강업체는 없는 고유기술이 100개 넘게 있다. 이를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이영훈 포스코 재무기획본부장(부사장)은 “오는 3월 1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철강기술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기술 및 설비 엔지니어링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기술 활용의 사례로 ‘솔루션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SPB)’를 소개했다. 그는 “기술로 사업을 벌여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우리 기술이기 때문에 설비도 우리만 만들 수 있다”면서 “기술을 판 뒤 운영을 하는 데에도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 또한 우리만 갖고 있다. 이를 제공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포스코의 의존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포스코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주가 기업가치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며 “파이넥스(FINEX)와 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CEM)를 결합한 포스코혁신제강기술(POIST)의 인기가 많다. 특히 파이넥스는 최근 소형 철강설비 원하는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20여개 업체와 협의 하고 있고 이란은 다음주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그는 “설비를 만들려면 포스코건설이 역할을 하고 노하우는 포스코가 제공하며 설비는 포스코ICT가 제공을 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중소형 고로는 대부분 파이넥스+CEM 프로세스로 건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사업 부진과 관련, 권 회장은 “여러요인들이 있지만 과잉생산된 중국의 수출 물량과 환율 하락으로 가격이 급락한 러시아의 슬래브(반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게 가장 크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인도네시아 제철소는 제작년 준공했는데 그동안 조업안정화가 급속도로 이뤄져 제품 경쟁력은 세계 톱 수준이다. 하지만 외부 영향에 의해 저가 제품과 경쟁해서 어렵다”면서 “제조비용을 줄이고 제품을 고부가가치화 해야 하는데 비용을 줄이는 건 자체 노하우가 있으니 되지만 제품 고부가가치화는 하공정(압연) 설비가 있어야 하는데 인도네시아는 하공정 설비가 없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체 크라카타우스틸(KS),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히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 KS와 힘을 합쳐 열연 냉연 제품 만들어서 장기적으로 제품 부가가치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 회장은 이날 중국 철강산업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정당한 가격이면 불만이 없는데. 중국 철강산업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서 (가격이 싼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중국에 그런게 있는지를 찾아내는게 쉽지 않다. 현 상황으로는 도저히 이런 가격으로 생산할 수 없는 제품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중국산 열연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준비하는 이유다. 권 회장은 “수입철강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데 최근 들어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데, 10년 전 비해 배 정도 늘어 우려스럽다. 반덤핑 생각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부사장)은 부연 설명을 통해 “지난해 철강 수입량이 2200만t(반제품 포함)였다. 국내 수요 5000만t인데 40% 차지했다. 한국의 장벽이 없다고 봐야한다. 이 가운데 1370만t이 중국산이었는데, 10년 전 680t의 두 배나 늘었다”면서 “중국은 연간 1억t의 철강재를 수출하는데 자기들 비율로 20% 밖에 안 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중국산 철강제는 전 세계에서 반덤핑 판정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없고 동남아시아는 일부 국가에서만 제제를 받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서 막히니 한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몰리는 것”이라면서 “저가로 하면 사용처는 좋다. 문제는 생산원가 이하로 들어오는 것들이다. 저가 철강재로 가공한 제품을 수출하면 이 제품도 반덤핑 제재를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저가 철강재 수입만 고집할 경우 우리나라는 철강 수입재를 단순 임가공 하는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하지 못한 저가 수입재를 막아야 할 법적 제도 마련히 필요하다. 이에 제소를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철강가격 전망과 관련, 오 본부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올 1분기 고객사들과 가격 네고를 진행중인데, 고객사는 원료가격 인하 빌미로 하향을 주장하고 우리는 버티는 형국이다. 다행인 점은 중국 유통가격이 우리 가격의 바로미터인데 중국 유통가격 하락이 멈췄다는 것이다. 최근 열연코일 수입가격도 올랐다”면서 “포스코도 열연제품은 대형 고객사에 소폭 인상했다. 다만 업황 개선 수준은 아니다. 수출 가격은 4분기 수준에 머물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철강재는 판매 면에서 환율이 평가절하되면 도움이 된다. 작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올해는 상저하고로 보고 3분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1월 출발로 보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는 2015년 연결 기준 매출액 58조192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6%, 25.0% 줄었다. 회사는 국내외 시황부진에 따른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전년대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원료가 하락으로 인한 해외 투자광산 자산 가치 감소,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부채 평가손실 등 실제 현금지출은 없지만 장부에 반영되는 평가손실이 1조5640억원에 달해 연결기준으로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액 25조6070억원, 영업이익 2조2380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시황 악화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4%, 8.4% 줄었지만 판매량은 3534만t으로 전년 대비 2.9%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조강생산도 전년 대비 0.8% 늘어난 3797만t으로 집계됐다.
포스코 고유의 고부가가치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과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 증가로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0.7%P 상승한 8.7%를 기록했으며 극한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5.7% 상승한 1조318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포스코는 순차입금을 5조7000억원 줄임으로써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2010년 이래 최저수준인 78.4%로 낮췄다. 포스코 별도 부채비율은 19.3%로 포항제철소 가동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 목표를 연결기준 58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조강생산과 제품판매 목표는 각각 3720만t, 3530만t이다.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경영 방침에 따라 연결기준 투자비는 지난해보다 3000억원 늘어난 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