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리아]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2016-01-26 08:59
"대한민국 혁신하지 않으면 중국 같은 나라들에게 점령당할 것"…중국 스타트업 연 440만명, 혁신 속도 무섭다
'창조경제' 절박감에서 나온 것…5년 뒤 다음 정부에서 스타트업 많은 결실, 국가 부 융성해질 것
'창조경제' 절박감에서 나온 것…5년 뒤 다음 정부에서 스타트업 많은 결실, 국가 부 융성해질 것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내가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내가 포맷 당한다. 대한민국도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하고 있는 중국 같은 나라들에게 점령당할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 우리가 속도를 내지 않으면 IMF 같은 사태가 또 올 수 있다.”
박용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대중 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革新)을 외치는 중국은 연간 440만명이 창업하는데 한국은 겨우 3만명이다. 인구 대비로 보면 25분의 1 정도가 정상인데 1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중국에 뒤지면 안 된다. 국가 생존을 위해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을 최대한 지원해야 하고, 창조경제는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청년들이 벤처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국가의 지속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이걸 육성하는 게 창조경제”라면서 자신을 ‘창조경제와 결혼한 사람’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창조경제가 대한민국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굳은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미국·영국 등 창업 선도국가들은 일찌감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을 통해서 국가의 부를 융성하게 하고, 고용 창출과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여기에 비춰보면 우리 창조경제 정책은 너무나 시의적절하고 중차대한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구글, 네이버, 테슬라, 카카오 모두 5년 이전엔 빈약한 기업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창조경제 토양 위에서 성장한 혁신기업들이 성장세를 타고 다음 정부에서 많은 결실을 낼 것이고 이들을 통해 국가의 부도 융성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12월 제3기 위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도 겸직하고 있다. 청년일자리를 위한 정책과 전술(戰術)을 만드는 싱크탱크와 창업과 일자리를 해결하는 야전(野戰)사령관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해 청년층(15세~29세) 실업률이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난의 해법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이를 위해 올해는 청년들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이 한 단계 점프하는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특히 전국 17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창조융합벨트와의 연계·협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위원장을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빌딩 12층 청년위 사무실에서 만나 창조경제와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들었다.
◆ 2014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맡은 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들었다. 청년위원장까지 맡게 돼 일이 버겁지 않나?
“하루 300여 명의 창업준비생이 휴일도 없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 오며 열정을 보이는데 센터장이자 멘토가 이를 무시할 수 없다. 365일 24시간 개방하는데, 센터를 찾는 인원이 월 평균 7000여명이다. 무박2일 토론회도 연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밤새 토론한다. ‘No red day, No red ocean(빨간 날 없이 노력하면 레드오션 시장에서 벗어난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창조경제와 결혼했다는 각오로 살기로 했다. 청년·창업·취업·창조경제·청년위원회 모두 ‘ㅊ ’이 들어간다. 이 단어들이 올 한해 모두 춤을 추게 하고 싶다. 1,2기 때에는 위원회를 알리거나 정책을 만들어 내는데 치중했다면 3기에는 실질적 결과가 많이 만들어지게 하고, 그 사례들을 청년들에게 널리 알려서 좋은 취업·창업 가이드 역할을 하려고 한다.”
◆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벌써 4년째에 접어들었다. 평가는?
“창조경제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긍정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화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지난 10년간은 창업생태계가 소강상태였다. 물에 젖은 장작과 같았다고나 할까.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로 젖은 장작에 불을 지폈다. 5년간 군불을 때고 나면 다음 정부에서는 이 불이 활활 타올라서 굉장히 많은 과실이 나올 거라 본다. 창조경제는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돼야 한다. 5년간 겨우 살려놨는데 다시 꺼버리면 미국·중국·일본 우린 못 당한다. 그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좋은 정책은 가지고 간다. 그래서 미국의 스타트업 정책이 살아서 가는 거다.
◆ 창조경제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가?
"특히 청년들의 취업, 창업 등 청년 일자리 창출은 창조경제의 큰 역할 중 하나다. 청년들이 벤처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국가의 지속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청년 스타트업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지난 해 신설법인 수는 최초로 9만개를 넘어섰고, 벤처기업수도 3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벤처기업 투자는 1조6393억원으로 2010년 이후 최대다. 김기사 같은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등장했고 더벤처스와 프라이머, 퓨처플레이 등 엔젤재투자 모범사례도 나왔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고 고용창출력도 높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확충이 시급하다. 핀테크, 크라우드 펀딩, 헬스 케어, 대규모 MICE 산업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입법적 토대 마련도 조속히 마무리 되어야 한다.”
◆ 스타트업에 실패했을 때 재도전 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의 경우 엔젤투자 소득공제(최대 100%)와 함께 창업 5년 미만 기업에는 연대보증이 전면 폐지된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도 도입된다.
창업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거다. 창업 문화도 바뀌었다. 과거 내가 창업할 때만 해도 30억 정도 투자 유치 받아야 창업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3억, 아니 5000만원만 있어도 가벼운 창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정부나 투자자들의 적은 지원금으로도 시장에서 작동되는 모델인지 테스트를 해보거나 실패했을 경우 재도전을 위한 멘토링 등 각종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겼다. 지금보다 창업생태계가 더 좋을 수 없다. 무엇보다 미국, 중국, 영국에도 뒤지지 않는 스타트업 열정이 타오르고 있다. 청년들에게 취업이 안되니까 창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창업은 새롭게 생긴 성공 사다리다.”
◆ 그렇다면 이들 스타트업이 이끌어갈 우리나라 경제성장 먹거리는 뭐라고 보는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 성장 먹거리가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생각한다.
창조경제라는 용어 정의가 '창의성을 근간으로 해서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가치, 미래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경제'인데. 파괴적인 혁신적 사업 모델들이 나와야 한다. 그중 한류문화를 근간으로 한 한류 콘텐츠, K-푸드, K-뷰티 등이 기술과 문화가 융합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가 코리아브랜드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구글, 네이버, 테슬라, 카카오 모두 5년 이전엔 빈약했다. 5년 후에는 창조경제 토양 위에서 성장한 파괴적인 혁신기업들이 많은 결실을 낼 것이다. 지금은 새끼호랑이지만 그때쯤이면 중호랑이 정도가 될 것이다.”
◆ 전국 17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사실상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혁신적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을 대기업이 저가로 M&A한다든지, 기술 빼앗아 중견으로 커 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전혀 아니다. 우리 혁신센터 구조도 그렇게 될 수 없는 구조이고, 대기업의 역할도 필요하면 투자 정도지, 기술을 강제로 뺏어가거나 헐값에 사 가거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가령 대기업이 기술을 500억에 사겠다고 제안을 해도 스타트업 기업이 5조원에 팔겠다고 하면 그뿐이다. 모두가 다 자기들의 결정이다. 오히려 대기업은 스타트업들을 통해 혁신적 DNA를 공급받을 수 있고, 기여한 투자 자금 때문에 세제혜택도 받으니 서로 동반성장, 상생할 수 있는 구조다."
◆ 중국의 ICT 스타트업 성장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산 스마트폰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이 혁신하지 않아서 그렇다. 더 이상 하드웨어에만 신경쓰지 말고,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통해 젊은 층의 혁신적 사고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존의 문제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내가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하는 사람에 의해 내가 포맷 당한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며 스타트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연간 창업가가 440만명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 창업이 3만개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이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한 중국 같은 그런 나라들에게 점령당한다. '헤이딜러' 폐업 사태를 봐도 그렇고, 배송서비스, 택시서비스 같은 서비스업을 하는 우리 기업을 각종 규제로 막아놓으니까 중국 배송업체, 우버 택시같은 서비스업체들이 들어와서 우리 시장을 갉아먹는 게 아니겠나.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도 알고 보면 다 소프트웨어로 유통을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배, 자동차, 휴대폰만 만들면 중국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결국 서비스, 소프트웨어, 유통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청년실업 해법에 대해 단기간의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노동시장,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개혁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대기업·공공부문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 노력 등을 통해 일자리 격차를 줄여 나가고, 청년들에게 대기업 못지않은 우수한 중소·중견기업 일자리를 많이 발굴해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 대기업의 성과가 2·3차 협력업체로 흘러가 중소기업의 임금상승 등 기존 일자리가 일할 만한 괜찮은 일자리로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을 자식처럼 끌어안고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1963년 경기도 파주 출생 △1983년 경북 국립구미전자고 졸업 △198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7~1999년 LG종합기술원 통신알고리즘 책임연구원 △1999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석사 △1999~2011년 지엔씨텔링크(SI 기업) 창업, 대표이사 △2012~2013년 다산네트웍스 부사장 △2014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2015년 12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