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한민국 행복하십니까 ]박근혜정부 ‘국민행복’ 공약 점검<1>20대 청년

2016-01-04 08:24

아주경제 주진 기자 =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선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던진 질문은 13년이 흐른 2016년 새해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헬조선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라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단지 젊은 세대의 현실 풍자가 아니다. ‘개천에서 더이상 용이 나지 않는’, 신자유주의 이후 더욱 극심해진 사회양극화가 이제는 구조적으로 자리잡게 된 서글픈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을 모토로 한 “세상을 바꾸는 약속 - 박근혜의 국정비전과 국민행복 10대 공약”으로 당선됐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약으로 모든 연령층과 사회계층, 20대 대학생·청년들, 30-40대 맞벌이 부부들, 65세 이상 노인들, 소상공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공약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가계부채 부담 경감 △5살까지 국가무상보육 책임 △고교 무상교육 확대, 사교육비 획기적 절감, 반값 등록금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책임 △대학생·신혼부부을 위한 반값임대주택, ‘행복주택’ 20만가구 공급 △해고요건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최저임금 인상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국민 보호 △경제민주화를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등이다.

그렇다면 3년이 지나 집권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 공약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책에 대한 체감도는 거의 낙제점 수준이다.

오히려 박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는 더 떨어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2015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158개국 중 47위(10점 만점에 5.984점)로 2013년(41위) 조사 때보다 더 떨어졌다. 2014년 캘럽헬스웨이의 웰빙지수에서도 한국은 117위로 전년(75위)에 비해 42계단이나 추락했다.



■ 20대 청년

# 3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지방의 한 사립대학을 졸업한 이은영(가명ㆍ29ㆍ여) 씨는 여전히 학자금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졸업 후에도 2년간 취업준비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대출금 이자를 갚았고, 현재는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월 120만원 임금을 받아 본격적으로 원금을 갚아나가고 있다.

매월 빚을 갚고 남는 돈으로 방세와 공과금 5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나면 월급은 금세 바닥난다. 이씨는 “목돈을 모을 수도 없는데 결혼은 아예 꿈도 못꿀 거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이후 ‘사포(삼포+취업 준비로 인한 인간관계 포기) 세대’, ‘오포(사포+내 집 마련 포기)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고, 요즘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씨처럼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20대 청년들의 근속기간은 평균 1년이 채 안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동기들과의 첫 월급 격차는 약 80~100만원 정도, 문제는 이 임금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진다는 것이다. 출발선부터 다른 이들에게 계층 사다리 이동은 먼나라 얘기로 들린다.

◆ 반값등록금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소득분위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 무상, 7분위까지는 반값’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등록금을 실제로 낮추는 대신 장학금을 늘려 ‘반값 효과’를 내도록 등록금 정책을 펴 왔다. 학생들에게 소득수준별로 차등해 등록금을 주는 방식을 ‘반값등록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소득이 가장 적은 1~2분위는 등록금 100%, 3~4분위는 75%, 5~7분위는 50%, 8분위는 25%를 받고 그 이상은 해당사항이 없다. 4분위까지만 반값 등록금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연 480만원(작년까지 450만원)까지로 묶인 장학금 상한선 때문에 실제 반값 효과를 누리는 학생은 더욱 줄어든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대학등록금 총액 14조원 대비 50%를 경감시켰다며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학부모와 학생들은 모두 반값등록금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분석한 ‘반값등록금 시행 방안 연구’를 보면 ‘체감 불가’의 원인으로 △전체 대학생 절반에 못 미치는 장학금 수혜자 수 △국가장학금 상한선과 실제 등록금과의 편차 △국립 및 사립의 등록금 격차 등이 핵심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교내장학금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저소득층 장학금은 2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일정한 성적을 받아야 하는 성적장학금(31.9%)과 기타장학금이었다. 실제 2013년 1학기 국가장학금 수혜자는 전체 대학생 232만여명 중 42%인 97만여명이었다. 전체 대학생 10명 중 6명은 국가장학금을 만져보지 못한 것이다.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 생계를 병행하기 때문에 학업에서도 일정 부분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자금 대출금을 떠안고 졸업하는 청년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게 된다. 실제 대졸자의 취업률이 바닥을 치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이 30%를 넘어섰다. 지난 해 6월말 학자금 대출금액은 총 11조6928억원에 달하며, 1인당 평균 대출액은 6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빚더미로 내몰리는 원인인 높은 등록금 문제를 등록금 인하라는 정면 돌파로 해결하지 않고 빚을 얻도록 유도하는 정부와 대학의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종환 의원은 “학자금 대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고지서상의 반값등록금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지원 규모를 GDP 1%(현 0.7% 수준)로 확대한다는 공약만 지켜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자리 

청년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실업 해결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10%에 육박한다. 청년 10명 가운데 6명이 고용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을 한번도 못해 본 대졸 이상 실업자가 2009년 2만명에서 2015년에는 6만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체감 실업률이다. '구직 단념자' 등은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 20%에 달하는 체감실업률은 청년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청년희망펀드', '청년희망 예산',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등 청년 일자리 정책을 쏟아냈다. 올해 예산에서 2조원이 넘는 돈을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청년들이 취업난 해소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또 2015년 5월 말 기준 청년(15∼29세)의 첫 일자리가 비정규직인 비율은 37.4%에 달하고 1년 이하 계약직 비율도 21.0%에 달해 취업 자체가 쉽지 않고 취업하더라도 급여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대졸 32만1000명, 전문대졸 47만1000명 등 총 79만2000명의 인력이 노동시장의 수요를 초과해 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청년고용절벽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인터넷]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청년일자리 공약으로 △지방인재할당제 △공공부문 청년일자리 확대 △ 청년창업지원 등을 약속했다.

지역인재할당제는 현재 전국 공공기관 신규채용 10-20% 정도를 지방대 출신에게 할당하고 있으며, 2016년까지 이 제도를 연장키로 하면서 정착돼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 확충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박 대통령은 경찰, 소방관 등 복지 관련 일자리에 청년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임금피크제나 인턴사업을 통한 일시적인 일자리 확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까지 313개 전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 내년까지 모두 4441명, 약 8000개 청년일자리를 신규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창업 정책은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분야다. 지난 2014년 1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학이 대학생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청년 창업 멘토링 및 창업상담회 개최와 청년창업 멘토링 서포터즈 등을 추진 중이다.
 

[사진=인터넷]



지난 해 중소기업청 창업지원 예산 7400억원 가운데 78%(5800억원)가 청년과 대학생에 집중됐다. 대부분 아이디어·기술창업, 지식서비스 산업 등 ICT 분야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 실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ICT 창업을 장려한 결과다.

그러나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이 문을 닫고 있다. 청년 창업이 늘었지만 기술과 경험, 자금 부족이 치명적 약점이다. 상당수가 기술, 사업에 깊은 이해보다는 단순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창업지원비용액을 늘려 청년창업벤처기업 수만 늘리는 양적 성과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밖에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한 공약은 임기3년이 지난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