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영업점 그룹으로 묶어 협업... "개별 지점만으로 영업력 한계"
2016-01-23 13:02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은행권에서 가까운 영업점을 묶어 그룹화하는 이른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의 협업 체계가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허브는 바퀴, 스포크는 바퀴살이란 의미로 허브 센터와 스포크 영업점으로 구성된 클러스터를 구축해 영업점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업모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33개 지역본부와 1138개의 영업점을 30개 지역영업그룹과 148개 지역본부(파트너십 그룹·PG)로 묶는 '소 최고경영자(CEO) 중심' 영업체계로 최근 개편했다.
PG는 점주권 단위로 평균 7개 영업점을 묶어서 관리한다. 영업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 '소 CEO' 중심의 영업체계다.
개별 점포가 갖기 어려운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의 전문역량을 공유하고, 지점 간 상호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존 지점 단위에서 유치하기 어려웠던 영업 기회들을 함께 발굴하자는 취지도 엿보인다.
1169곳의 영업점을 지녀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방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NH농협은행도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우선 내달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시범 실시한 후 성과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강남·강북·강서·중앙사업부별로 1개씩 거점 점포를 지정하고 거점당 4개의 점포를 연계해 영업 시너지를 확인한다는 계산이다.
신한은행은 리테일 영업점과 금융센터 등 가깝게 있는 6∼7개의 영업점을 그룹으로 묶어 협업을 유도하는 '커뮤니티 협업체계'를 이달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커뮤니티에 소속된 영업점에서 기업·SOHO·외환·자산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선발해 다른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전문성을 갖춘 직원은 교차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휴가나 연수 등으로 창구 직원 2명 이상의 결원이 발생하는 영업점에는 같은 커뮤니티의 다른 영업점에서 인력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허브 앤 스포크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개인영업과 기업영업에 대한 창구 교통정리로 영업조직 채널을 효율화했다.
개인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고자 영업점에 있는 기업창구를 없애고 리테일 창구를 늘렸다. 대신 전 영업점에 있던 기업창구는 거점점포로 자리를 옮겼다. 아파트 등 주거 밀집 지역에 있는 영업점에 개인특화점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몇 개의 영업점을 묶어서 클러스터화하는 이유는 갈수록 은행권의 업무 성격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대출영업뿐 아니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연금계좌 등의 도입으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한 지점에서 여러 업무를 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증권·은행·보험 업무 등 한 자리에서 다른 금융권 업무를 볼 수 있는 복합점포도 확대하는 추세다.
농협은행은 복합점포를 현행 5개에서 올해 10개로 늘릴 계획이고 우리은행은 4곳에서 14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도 19곳에서 10여 곳 정도 더 늘릴 방침이다.
43개로 가장 많은 복합점포를 보유한 신한은행과 16곳을 보유한 KB국민은행도 복합점포 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