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유아용품, 엄마들도 외면

2016-01-22 07:05

[사진제공=퀴니]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고가 유아용품 판매하는 업체들이 계속되는 부진에 자존심을 버렸지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유통채널을 찾겠다는 전략이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역품을 맞은 것이다. 매출 하락 폭도 더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유모차 업체였던 퀴니는 지난 2013년 소셜커머스에서 최대 50% 저렴한 제품을 판매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퀴니는 2010년 처음 국내에 수입됐을 당시 '네덜란드 프리미엄 유모차'라는 수식어로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반값 할인 이후 저가품으로 인식돼 현재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퀴니는 주력상품을 디럭스급에서 절충형 유모차로 옮기고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저출산에 메르스까지 겹치며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올해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심기일전 하겠다는 각오다.

대부분의 유아복은 한 곳의 채널에서만 브랜드를 전개한다. 제로투세븐의 경우, 마트 브랜드인 알로앤루·포래즈·알퐁소와 백화점 브랜드 섀르반을 나눠서 운영한다. 백화점과 마트의 가격정책이 달라 소비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가방은 2000년대초 백화점에서 대형마트와 가두점으로 유통채널을 옮겼다. 일부 백화점에서만 편집숍 아가방 갤러리를 운영하거나 일시적으로 매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트의 제품은 객단가가 낮다보니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2012년 이후부터는 업계 1위 자리도 제로투세븐에게 내줬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정책을 펼친다면 나중에 정가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아 저가 정책이 타 업종에 비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유모차, 카시트, 의류 등 고가의 유아용품은 안정성과 디자인을 따진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구입한다"며 "물티슈 등 소모품에 비해 한 번 사면 오랜 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브랜드 가치 훼손도 빠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