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外患’보다 ‘內傷’이 더 깊다
2016-01-20 16:2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6년이 시작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현재. 경상북도 구미시와 광주광역시는 ‘삼성전자’ 이슈로 혼란을 겪고 있다. 소문만 나돌던 사업장의 해외 이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8일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타워 로비에 경제단체가 추진하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을 받는 부스를 마련, 임직원의 서명을 받고 있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에 참석한 것은 삼성그룹이 최초다.
삼성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구미, 광주 사업장의 해외이전과 서명운동 참여는 현재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최악의 상황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경제환경보다 불안한 국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경제활성화법안 국회 통과 지연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주요 이슈로 ‘기업 구조조정 유도’(응답률 34.5%)를 꼽았다.
기존 주력산업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또한 법적 규제에 가로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자동차 경매서비스 앱으로 사랑받던 ‘헤이딜러’가 오프라인 규제를 적용해 폐업했다. 또 심야버스 호출서비스를 제공하는 ‘콜버스’가 불법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대표 사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지만 이통사가 단말기 제조를 금지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때문에 스마트센서, 소형기기 등은 물론 IoT설비까지 자체개발을 할 수 없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과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장려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안되는 이유를 담기 위한 법 조항을 만드는데 치중한다. 이런 분위기니 한국에서는 애플이나 구글, 또는 샤오미같은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한 노동개혁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의 노사정대타협 파기 및 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으로 한치 앞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동개혁 해결이 지연될 경우, 피해는 기업과 기업에 속한 임직원들은 물론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사간 대화와 양보가 절실한 시점에, 기득권 유지에 급급해 노동개혁을 위한 논의에 참여조차 않는 한국노총의 모습은 책임있는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것”이라며 “근로자의 뜻을 거스른 그들의 행동은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