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제조사 新경쟁축 부상... "제조사 신모델 예전같지 않아"

2016-01-19 15:13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중저가형 전용폰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좌우했던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들 발목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는 프리미엄 단말기에 대해 거액의 보조금이 투입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이유가 적었지만, 이제는 휴대폰 보조금 상한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잇달아 출시돼 합리적인 소비가 늘고 있다.

제조사들도 덩달아 이통사발 '중저가 폰 돌풍'에 합류하면서 중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으나,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빠졌다.

19일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출고가 60만원대 이하 스마트폰 월별 판매 비중이 지난해 말 40.6%로 80만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42.2%)과 맞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초만 해도 60만원대 이하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30% 수준에 불과했고, 80만원대 이상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53.5%에 달했다.

특히 40만원대 이하의 스마트폰 비중은 1월 19.2% 수준이었으나 7월에 처음 30%를 넘기고 12월에는 32.4%를 기록했다.

8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은 갤럭시6나 갤럭시노트5, 아이폰 6S 등 신규 단말이 출시한 달에는 5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40%대에 머물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SK텔레콤의 '루나'가 중저가폰 확산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은 이통사발 중저가폰 비중이 적다고는 하나 수요를 중저가폰으로 이끄는 데 한 몫 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의 루나는 지난해 9월 2.0%의 의미 있는 월 판매 점유율을 기록한데 이어 12월에는 2.1%로 점유율이 소폭 향상됐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유통하는 화웨이의 'Y6'를 꼽을 수 있는 데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을 국내 상황에 맞추어 일부 서비스를 조정하고 출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음성무한 요금제 가운데 가장 저렴한 3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면 13만4000원의 공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추가 지원금(15%)까지 더할 경우 출고가와 동일한 15만4000원으로 할부 부담이 없다.

중국 업체의 중저가 스마트폰이 이통사 자사의 가입자 및 서비스 전략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실제 LG유플러스가 최근 Y6 구매의향을 묻는 고객선호도 설문조사(복수응답)를 실시한 결과, Y6 구매의향을 꼽은 이유로 △단말가격 구매 부담이 없고(65%) △가격 대비 스펙이 나쁘지 않다(54%)는 점이 가장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하고 이통사 전용모델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이통사들은 중저가폰 시장의 부상을 제조사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조사들은 판매가 하락으로 매출 정체를 비롯해 저가폰 비중 증가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노트5 및 중저가 스마트폰의 재고 소진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에 지난 4분기 휴대폰 부분 실적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다음 달에 출시 예정인 갤럭시S7의 흥행도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작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힘든 데다 경쟁사의 가격 경쟁력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여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신모델이 가입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 같지 않다. 단말기 지원금이 적어 구입 부담도 크고, 스마트폰 기능도 혁신의 폭이 크지 않다"며 "굳이 고가폰을 선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