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초고온·초고압 상태 물성 측정법 개발…2만℃ 구리 전자구조 등 규명

2016-01-18 11:20

극초단 레이저와 초고속 x-선 분광 실험의 모식도. (1)고출력의 극초단 레이저 펄스를 (2)샘플에 주사해 약 2만 ℃로 가열한다. (3)방사광 x-선 펄스가 초고온 상태의 샘플을 통과한 후 (4)분광기를 거쳐 (5)초고속 x-선 스트릭 카메라 검출기에 입사함으로써 최종적으로 (6)시간에 따른 흡수분광신호의 변화를 약 1조분의 1초의 분해능으로 측정하게 된다. 레이저 입사 직후 (흰색 점선의 오른쪽) 초고온의 샘플에서 x-선 흡수량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GIST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조병익 물리·광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미국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지구 중심부나 별의 내부와 같은 초고온·초고압(수천~수백만℃, 수백~수천만 기압)의 극한 상태에서 물질의 새로운 성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와 초고속 x-선 기법을 이용해 2만℃로 가열된 구리의 전자 구조와 열역학적 성질을 성공적으로 측정함으로써 별의 생성과 진화, 핵융합 에너지 개발 등 관련 분야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온-초고압의 극한 상태 물질에 대한 정량적인 이해는 별과 행성의 생성‧진화와 같은 기초과학의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핵융합 에너지, 신(新)물성 연구와 같은 미래 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핵심적인 지식이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극한 상태를 생성시켜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물성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이론 연구가 아닌 실제 실험을 통한 검증은 매우 제한돼 있다.

조 교수 연구팀과 미국의 UC 버클리,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스탠퍼드대학교 가속기센터는 문제 해결을 위해 극초단 레이저로 구리를 가열한 뒤 초고속 x-선 흡수 분광 기법을 도입해 극한 상태의 구리의 물성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고출력의 극초단 레이저를 구리 샘플에 주사해 매우 짧은 시간(10조분의 1초)에 걸쳐 2만℃ 이상의 온도로 등적가열했다. 등적가열은 열역학의 과정 중 부피가 일정하게 유지된 상태로 계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이렇게 생성된 초고온의 극한 상태는 약 1000억분의 1초 동안만 유지되는데, 연구팀은 초고속 x-선 흡수 분광 기법을 이용해 약 1조분의 1초 단위로 전자구조의 변화, 전자 비열 및 전자-포논 결합 등 물성을 측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초고온 상태에서 구리의 비열과 전자-포논 상호작용은 알려진 것보다 3~6배 이상 증가했으며, 극한 상태에서 열역학적 물성은 기존의 물리학적 지식이 아닌 새로운 전자구조 계산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조병익 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 [사진=GIST 제공]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구상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극한 상태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것”이라며 “철이나 니켈과 같은 지구 중심부 물질이나 초고밀도의 수소 연료나 수퍼다이아몬드에 대한 물성 연구를 통해 행성 진화 과정이나 신물질 개발 연구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지난 6일 실렸다. 논문명은 'Measurement of Electron-Ion Relaxation in Warm Dense Copp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