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연세대 총장, 울산대 프레지덴셜 포럼서 특강
2016-01-15 10:07
"대학 자율성이 글로벌시대 대학 경쟁력"
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어떤 조직이든 지도자의 리더십 역량에 따라 조직은 얼마든지 발전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송도 국제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교육자로서뿐만 아니라 교육행정가로서도 역량을 발휘한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14일 울산대 제3회 프레지덴셜 포럼(Presidential Forum)에 초청 받아 '연세, 제3의 창학'을 주제로 그동안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날 포럼은 오연천 울산대 총장이 교무위원과 단과대학장, 팀장 등 교직원 대표자들과 함께 학교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수도권 대학의 성공사례를 지방대학이 공유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는 "2012년 총장에 취임하면서 제1창학(1885년 제중원 설립), 제2창학(1957년 연희와 세브란스 통합)에 이어 제3의 창학을 기치로 연세대를 글로벌 명문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학생과 교수, 학부모, 동문 등 대학 구성원 모두가 반대한 송도 국제캠퍼스를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대학)로 만들어 전인교육을 강화하고, 학문분야 간 융합으로 연구력을 향상시켜 결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송도 국제캠퍼스의 경우, 갈등을 화합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3인실' 구성의 공동체 생활과 체계화된 체육·문화활동 프로그램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캠퍼스로, 원주캠퍼스는 학생 70%가 수도권 학생인 점을 고려한 대형 기숙사 신축으로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오늘날 대학의 사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지식 발달이 너무나 빠른 지금은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초학문(Liberal Arts)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 급속한 글로벌 시대 어떤 문화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 함양 교육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총장도 며칠 전 크로아티아 출장에서 대학 응원단 출신으로 현지에서 여행사를 창업해 씩씩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을 만난 사례를 들며 문화적 다양성과 글로벌 마인드 함양의 중요성을 거들었다.
이어 오 총장이 "지도자가 되기까지 역경을 극복한 노력은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가치"라며 학문의 길을 걷게 된 동기를 묻자, 정 총장은 조국근대화 분위기에 휩쓸려 문예 학생으로서 갈망했던 국문학과 대신 경제학과에 진학한 것과 한국은행에 입사했다가 국비유학제도의 도움으로 교수가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신뢰를 중시한 삶의 철학도 이야기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실패하면 책임을 지는 자세로 살아왔다는 것.
대학구조조정과 등록금 규제 등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해서는 울산대 보직자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정 총장은 "지금의 사립대학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중요한데, 정부는 지원보다 규제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는 사립대학 등록금이 사립유치원보다 싼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지방대학의 특성화에도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로서 "우리 국민들의 경제학 수준이 높아져야 선거에도 반영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며 총장 퇴임 후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아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번 새 학기에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신입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 강의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정 총장은 "사람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는 것, 아무리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없는 것, 그렇게 일하는 사람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는데 날마다 출근해서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대학총장이라는 뜻에서 '대학총장은 무덤을 지키는 관리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울산대 보직자들에게 "오연천 총장님을 많이 도와드리라"는 덕담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