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자금 압박' 대북제제법 압도적 찬성 통과

2016-01-13 08:05
현재까지 나온 법안 중 가장 포괄적…중국과의 관계 고려 수위낮춰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미국 하원에서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12일 (이하 현지시간) 통과됐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먼저 대북 금융·경제제재를 강화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능력 향상, 북한 지도층 사치품 구입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 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특히 제재 대상을 북한은 물론 북한과 직접 불법거래를 하거나 북한의 거래를 도와주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 등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단체에 외국 정부는 포함되지 않지만, 외국 정부의 하부기관이나 국영기업 등은 대상이 된다.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 무력화의 주역인 중국·러시아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과 거래한 사람들을 금융 제재할 수 있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넣기는 했지만, 실행 여부를 행정부의 재량의 맡긴다는 점에서 이란 제재보다는 수위가 낮다. 미·중 관계를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번 법안에는 또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거나 북한 인권유린 행위에 가담한 개인·단체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인권유린 및 검열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 국무부에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 관련 위원회에 제출할 것, 그리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검토와 함께 김정은 체재의 책임을 자세히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을 보면 크게 '의무적 지정 대상'과 '재량적 지정 대상'으로 구분되는데 의무적 지정 대상은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수단 확산, 무기 또는 해당 물질의 수·출입, 사치품 수·출입, 인권유린, 자금세탁을 포함한 불법행위 연루자 등이며, 정부 판단에 근거하는 재량적 지정 대상은 각종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 및 북한의 각종 불법 행위 관여자 등이다.

로이스 위원장은 전날 하원 본회의에서 "'깡패 국가' 북한의 각종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온 고위층에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다. 우리가 미 본토에서 조직화된 범죄를 추적하는 것처럼 김정은 정권의 불법행위를 끝까지 추적 차단해야 한다"면서 "돈세탁, 상품 위조 및 밀매, 마약 거래 등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된 그 누구라도 제재를 하는 것이 이번 법안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이미 지난해 2월 하원 외교위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지만 본회의에서 1년 가까이 계류됐다. 그러나 최근 4차 핵실험과 더불어 북한이 더욱 대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하원에서 압도적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