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연말 CFO 교체 속내는?... CFO '어깨' 무겁다

2016-01-12 18:30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SK텔레콤이 재무관리실장(CFO·최고재무책임자)을 교체하면서 향후 SK텔레콤의 재무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달 조직 개편 후 이용환 CFO를 사임하고 황근주 전략기획부문장을 CFO 자리에 앉혔다. 이동은 외부 공지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재무관리를 하는 자리인 만큼 재무와 관련된 외부 관계자에게만 알렸다"고 밝혔다.

업계서는 이번 CFO 교체를 두고 SK텔레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방송을 통신에 걸맞은 수준으로 확장해 방송·통신 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신사업(플랫폼 등) 관련된 비용이나 마케팅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경영진이 언급했던 약속과 달리 2015년 내 배당금 발표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당분간 SK텔레콤은 저성장을 유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향후 2년 내 SK텔레콤을 비롯한 자회사 기업가치 10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장 사장도 신년사를 통해 조직의 빠른 변화를 요구했고, 신규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제고 노력을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가 SK텔레콤에 있어서 체질을 바꾸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 CFO가 기존에 맡고 있던 T-밸리(T-Valley) 단장을 겸직하는 것만 봐도 맥락을 같이한다.

T밸리는 SK텔레콤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전담조직이다. 이 조직은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쇼핑과 보안 등 생활 필수 영역에서 서비스를 개발한다. 장 사장의 '미래성장 기반 기업가치 혁신' 의지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결국 CFO가 비용을 비롯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내부 혁신에도 집중하게 된다.

한편에서는 이용환 전 CFO를 사임한 배경에 대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문책성 경질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진출은 경쟁사인 KT와 SK텔레콤 재무통 간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SK텔레콤은 이 전 CFO를 테스크포스(TF) 수장으로 선임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준비했다.

더구나 SK텔레콤은 새 CFO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용환 전 CFO를 재무관리실에 두면서 좌천성 인사라는 시각도 흘러 나온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이용환 전 CFO는 재무관리실에서 또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좌천은 아니며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면서도 "이 전 CFO가 있는 부서에 대해서는 밝힐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에 CFO로 지냈던 황수철 TF장은 사임 후 SK플래닛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SK텔레콤에서 밸류-업(Value-up) TF장을 맡는 것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 측은 "조직개편에 따라 때에 따라서 CFO가 바뀌는 것"이라며 "최근 3년간 CFO가 매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만원 전 SK텔레콤 사장과 하성민 전 SK텔레콤 사장 시절 때부터 수년간 황수철 TF장은 재무책임자로 있었고, 이용환 전 CFO는 재무책임자로서 임무는 1년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황수철 TF장은 2009년에는 회계그룹장으로 있었고, 2010년에는 회계관리실장,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재무관리실장을 역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번 CFO 인사를 두고 좌천성 인사로 보는 시각이 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