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비하라] ‘철 없는’ 날씨…글로벌 리스크로 부상

2016-01-05 08:03
엘리뇨 등 이상기후 현상 심각…생태계 등 인간 생존 위협
국내도 따뜻한 겨울 여파 경제적 피해 속출…겨울축제 개점휴업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따뜻한 겨울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 현상에 대비하지 못하면 앞으로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엘리뇨를 비롯한 이상기후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리스크로 급부상 중이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수자원, 식량, 해안 등 인간의 생활과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 주 동안 비가 내린 파라과이는 홍수로 쓰러진 나무에 4명이 숨지고 13만명이 대피했다. 파라과이 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수도 아순시온 일부 지역에는 전기 공급이 끊겼고 파라나 강도 위험 수위를 넘기자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아르헨티나 동북부 우루과이 접경 지역인 엔트레 리오 주에서도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달 24일 집중호우에 따른 우루과이강 범람으로 인근 거주민 1만여 명이 피신했다. 우루과이 강은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이상기온 현상으로 겨울 온도가 상승하며 포근한 날씨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여름에는 42년 만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와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농작물 피해를 경험한 바 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저성장 고착화에 놓인 한국경제 변수로 G2리스크, 저유가 등 여러 가지 대외 여건을 꼽고 있지만 모두 방어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어느 정도 학습 효과를 거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다르다는 평가다.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수도 크다. 정부가 기후변화를 향후 중장기 전략 과제에 포함시킨 이유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문전성시를 이뤄야 할 스키장, 겨울축제 등 겨울산업은 개점휴업 상태다.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위험요인 중 가장 우선순위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 갇힌 이유가 기후변화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현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시 현재(1986~2005년) 대비 금세기말(2081~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3.7도, 해수면은 63cm 상승될 것으로 내다봤다.

IPCC는 “지구 평균온도 2도 상승시 경제적 피해는 전세계 GDP의 0.2~2%에 이르고 홍수 등으로 수 억 명이 이주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 손실에 대한 손익 계산에 분주해졌다. 향후 5년 안에 한국경제 변수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반도 기온상승 속도는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른 수준이다. 폭염·열대야 등 이상기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적 피해는 2030년 218억8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GDP의 0.4% 수준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 개발 확대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6%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기후변화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원가경쟁력 저하로 인해 정유 등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도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체제를 마련하는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