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M&A 열풍, 2016년도 이어진다
2015-12-31 13:40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 2015년 국내외에서 봇물처럼 쏟아진 기업의 인수‧합병(M&A) 열풍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기업간 빅딜(Big Deal)'이 저성장 장기화 국면으로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회복 전망이 불확실한 올해도 성장에 목마른 기업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M&A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업의 M&A 트렌드는 단순한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각자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는 기업의 미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안한 경기전망으로 자연적 수익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M&A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세계 M&A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재계의 인수합병 바람도 거셌다. 블룸버그와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15년 한국 M&A 시장은 약 77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거래건수도 427건에 달했다.
특히 국내 M&A의 주체가 기존 사모투자펀드(PEF)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4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M&A에 속도를 높여 왔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사들이는 것' 보다 '파는 것'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지난해 삼성토탈과 삼성테크원 등 방산‧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어 화학계열 3사인 삼성 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 BP화학 등 3개사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삼성은 지금까지 스타트업과 같은 중소형사를 인수하는 '스몰딜'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이 올해부터 조금 다른 방향의 M&A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주 인수분야였던 사물인터넷(IoT)과 콘텐츠 등 미래성장산업 M&A에 주력하고, 동시에 지난해 신규진출한 전장사업 등의 영향으로 M&A에 대한 영역과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직 계열화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동부특수강과 현대하이스코를 계열사로 품었다. 이처럼 그간 현대차그룹의 M&A는 자동차, 건설, 철강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그룹의 M&A 행보에서 주목되는 것은 금융부문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제너럴일렉트릭(GE)이 내놓은 현대캐피탈 지분 23.3%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자동차 금융서비스 강화에 나선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최대 주주인 현대차의 현대캐피탈 보유 지분은 59.67%가 되고, 기아차는 지분 20.1%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지난해 4분기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을 인수하며 M&A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SK그룹은 올해도 빅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SK는 우선 올 1분기까지 CJ헬로비전 인수를 마무리하고, 오는 4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SK의 다음 M&A 행보가 반도체와 에너지 부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SK종합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3200억원의 중간배당을 진행한 것도 이런 관측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의 현금유동성과 시장환경 등을 고려할때 올해도 M&A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시기로 판단된다"면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삼각분할합병 등 정책적 이슈도 국내 M&A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