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언론 비상한 관심, "한일 관계에 역사적 전환점될 것"...중국은 신중한 입장

2015-12-28 17:44
중국, 대만 언론 발빠르게 소식 전하며 깊은 관심 "아베 총리가 사죄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윤은숙 김근정 기자 =한국과 일본이 28일 위안부 협상을 타결짓자 일본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속보로 다루면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중국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일 양국간 위안부 관련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위안부 강제 동원은 일본의 군국주의가 아시아 지역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반인도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이 침략의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하며 책임감있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변함없이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상 타결에 대해서는 "중국은 한일 양국 관계가 역내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평화발전의 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며 원론적인 논평만 내놨다. 중국은 이번 위안부 타결로 한·일 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언론도 한일 외교부 장관의 회동과 합의점 도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물론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 중국 국무원 직속통신사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 등이 "한국과 일본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에서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위안부 관련 기금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또 "일본(아베 총리)이 한국에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라는 제목으로 "아베 총리가 고통을 겪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민망(新民網) 등 일부 언론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TV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전화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인 57%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양보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언론도 관련 소식을 발빠르게 전하며 관심을 보였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제공하고 아베 총리가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반성의 뜻을 내비치면서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해결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NHK 방송이 회담 타결 기자회견을 생중계 했다. 아사히, 요미우리, 산케이 신문들은 모두 온라인 뉴스 웹페이지 주요 머릿기사로 위안부 협상 소식을 보도했다. NHK는 양국 관계 개선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왔던 위안부 문제가 외교 장관 회담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NHK를 비롯한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사과발언과 일본의 10억엔 기금 출자 등 두가지 항목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면서 '최종적·불가역적 타결'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회담 발표장에서 기시다 장관이 "위안부 문제는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깊게 손상한 문제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과 "아베 총리는 일본의 총리로 치유하기 어려운 심신의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라고 밝힌 부분을 직접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치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약 10억 엔 자금을 출자하는 내용도 일제히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측이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AP·로이터 통신 등 서방 언론들도 이 소식을 긴급속보로 보도했다. AP통신은 "한국과 일본이 장관회담 후 전쟁 성노예 문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협상 타결 소식과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양국 정부의 기금 설립과 상호비방 자제 등 내용을 모두 긴급기사로 전했다.

해외 언론들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슈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번 '역사적 타결'이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한일 외교장관이 위안부를 둘러싼 10여년 간 교착상태를 해소할 합의에 이르렀다"며 "동북아 이웃이자 라이벌인 양국 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지난 11월 양국 정상이 3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한국 법원이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일본이 먼저 대담한 접근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기사 제목에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했으며 "두 이웃 국가의 관계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문제에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BBC방송은 타결 소식을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올리고 "일본과 한국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이번 합의가 1965년 양국의 첫 합의를 대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타결 소식을 전하며 "1993년 일본이 고노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한국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