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율주행차, 축복일까 재앙일까
2015-12-27 11:29
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매년 이맘때면 전자업계의 시선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쏠린다. 이곳에서 열리는 CES(소비자 가전전시회)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점차 자동차업체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올해는 폭스바겐과 GM의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올해 CES에서 주목받을 제품 중 하나는 자율주행자동차다. 이미 수년째 콘셉트카로 선보이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이제 상용화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도 관련 기술을 이번 CES에 선보이며 흐름에 동참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윤리적인 부분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실린 ‘자율주행차가 누군가를 죽이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라는 논문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문제는 윤리학의 고전인 ‘트롤리 딜레마’의 변형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트롤리 사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전차의 기관사이고 저 앞에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있다. 브레이크를 잡아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인데, 오른쪽에 있는 비상철로에는 인부 한 명이 작업하고 있다. 선로를 당겨서 비상철로로 이동하면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데 이는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이번엔 당신이 철로 위 다리에서 전차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 선로 위에 있는 다섯 명의 인부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옆에 서 있는 뚱뚱한 남자를 밀어 떨어뜨려 전차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는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한 설문조사 결과, 트롤리 사례에서는 85%의 응답자가, 인도교 사례에서는 12%의 응답자가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수십 년 안에 도로를 지배할 자율주행차가 맞닥뜨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람이 아니라 제조사가 미리 도덕적인 판단을 내려 프로그램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도덕적인지 판단하는 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여러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될 수도 있는 차를 선뜻 구입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점이다. 게다가 앞선 사례에서 다수가 아닌 나머지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일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법적인 책임문제도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를 타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제조사의 책임인지, 아니면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이의 책임인지가 분명치 않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개발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보편타당한 윤리의식에 반하는 기술발전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