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PS 첫 발, 삼성전자·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 新조세전략 수립할 것

2015-12-27 13:29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세금부과 정책이 국내에도 단계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기업은 내년부터 조세전략을 새롭게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6 세법 시행령’을 발표했는데 국제조세 조정 부분에서는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 제출 관련 세부사항 규정’이 마련됐다. 지난달 OECD ‘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 중 이전가격 문서화 과제를 이행한 것이다.

BEPS 프로젝트는 글로벌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2012년부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국제경제협력기구(OECD)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제공조 프로젝트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1000억원 이상 매출액과 국외특수관계인과 거래금액이 연간 500억원을 초과하는 내국법인 및 외국법인 국내사업장은 개별기업보고서와 통합기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별기업보고서는 특수관계자간 거래 현황 및 이전가격에 대한 보고서로 계열 그룹내 개별 법인에 대한 설명, 주요 특수관계 거래와 관련 거래에 대한 이전가격 정보와 재무현황을 표시해야 한다. 통합기업보고서는 모기업에 대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로 계열 그룹의 조직구조, 사업내용, 무형자산, 금융거래, 재무 및 세무 현황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국내에서 영업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국내 매출액이 2조6619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고, 특수관계인과 거래금액도 2조원 이상으로 500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대상이 된다. 그간 1년에 1회 감사보고서만 제출했지만, 법이 시행되면 내년 매출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는 2017년에는 개별기업보고서와 통합기업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이 정식으로 공포되면 내년 1년 동안 기업에게 바뀐 사안에 대해 알릴 예정”이라며 “기존 감사보고서는 회사마다 내용이 다른데, 개별기업보고서를 받게 되면 정보가 많아져서 합당한 세금산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BEPS 프로젝트의 시작 단계로 내년 ‘국가별 보고서’까지 도입되면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에 퍼져있는 자회사와 모회사간의 거래 정보, 국가별 매출 및 세금부과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내년부터 삼성전자, 현대차를 비롯해 해외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국내 글로벌 기업은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글로벌 조세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조세전략을 위한 컨설팅 자문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BEPS 프로젝트는 납세자가 조세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공격적 조세회피 계획을 이용하거나 세무컨설팅을 받는 경우 과세당국에 해당 거래를 보고하도록 하는 강제적 보고제도를 권고하고 있다.

이 제도가 통과되면 세무컨설팅 업체는 해당 기업에 대해 수립한 계획을 보고해야 하며, 미이행시 과태료 등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 이미 영국과 미국, 아일랜드, 포르투갈,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정책에 맞춰 보고서 제출을 성실히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방향으로 맞춰 가겠다”며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천천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