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프로야구 결산 ⓺] ‘야신’의 팀 한화, 가을 야구 실패와 혹사 논란

2015-12-24 14:49

[사진출처 =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올 시즌 가장 주목 받은 팀은 누가 뭐래도 한화 이글스였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더불어 권혁, 배영수, 송은범 등을 영업한 공격적인 투자는 한화의 밝은 미래를 전망케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부상이었다. 상황은 김성근 감독의 계산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가을야구에도 실패하고 혹사 논란만 남겼다. 그렇다고 해도 승리 DNA를 심어줬다는 점은 분명 달라진 점이었다.

시즌 시작 전 선발 한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태양이 부상으로 시즌을 접고, 정근우가 턱 골절로 스프링캠프에서 하차했을 때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부동의 3루 주전으로 평가 받던 송광민 마저 팔꿈치에 이상이 왔고 김태완의 어깨충돌증후군에 이어 윤규진마저 어깨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자 시즌 구상 자체가 엉클어졌다.

더군다나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은 17경기 91.2이닝 동안 4.52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시즌 도중 낙마했다. FA를 통해 영입한 송은범과 배영수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나란히 방어율 7.04로 부진했다. 믿을 만한 선수는 미치 탈보트와 안영명 뿐이었다. 더군다나 이 두 선수도 김성근 감독의 ‘당겨쓰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4일 로테이션으로 마운드에 오르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선발이 버텨주지 못하자 불펜에 과부하가 갔다. 한화 선발의 퀄리티 스타트는 37회로 리그 9위에 그쳤다. 선수 삼성의 75회의 절반에 가까운 기록이다. 이 때문에 스윙맨 송창식은 무려 64경기(10선발)에 나서 109이닝을 던져야 했고, 박정진과 권혁도 각각 96이닝, 112이닝이나 던져 혼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화의 팀 방어율은 5.11로 신생팀 KT위즈를 제외하고는 리그 꼴찌였다. 더군다나 볼넷 584개 리그 최다 2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리그 9위로 투수들이 공을 많이 던질 수밖에 없는 볼 배합을 가져갔다.

포수도 투수를 도와주지 못했다. 한화는 무려 89개의 폭투를 기록해 리그 최다의 불명예를 안았으며 도루도 168개를 허용해 리그 최대를 기록했다. 심지어 도루 저지도 63개로 가장 많았다. 한화를 상대로 한 팀은 무조건 뛰었다. 상대 벤치가 한화 배터리를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는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등 국가대표 베테랑 야수를 셋이나 보유하고도 팀타율 0.271(8위), 득점 717(6위)에 그쳤다. 물론 이용규는 타율 0.341, 출루율 0.428을 기록했고 정근우도 타율 0.316, 출루율 0.403, 홈런 12개, 66타점을 때려내며 클래스를 보여줬다. 김태균도 타율 0.316, 출루율 0.457, OPS 0.996, 홈런 21개, 104타점으로 여전했다. ‘착한 FA' 김경언은 타율 0.337, 출루율 0.414, 홈런 16개, 78타점을 거둬 ’갓 경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문제는 부상과 하위 타선의 부진이었다. 정근우는 시즌 초 턱 골절로 인해 20경기 가까이 결장했고, 복귀 후에도 훈련량 부족으로 한동안 부진을 겪었다. 이용규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종아리에 공을 맞아 20경기 이상 결장했고, 김경언도 같은 부위에 사구를 맞아 40경기나 결장해야했다. 특히 김경언은 불의의 사구 전까지 100타점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중심타선의 한 축을 담당하던 최진행은 불법 약물 사용으로 40경기 가량 결장해야 했다. 또 권용관, 주현상, 조인성 등의 하위 타선은 2할 때 초반을 치기도 버거워 보였다.

그래도 한화의 다음 시즌은 전망이 밝다. 일단 리그 최강의 왼손 불펜 정우람을 영입해 박정진-권혁-정우람으로 연결되는 좌완 불펜 트리오를 결성했고, 베테랑 심수창을 영입해 다양한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부상으로 빠졌던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다. ‘김응용 키즈’ 송창현이 복귀하고 팔꿈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태양도 복귀한다. 또 3루 거포 송광민과 위암 수술로 작년 시즌 말미에 복귀한 정현석도 정상 컨디션으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작년 후반기 합류해 10경기 나와 4경기를 완투한 ‘괴물’ 에스밀 로저스가 다음 시즌 초부터 선발로 나서고, 작년의 시행착오를 딛고 신중히 데려올 외국인 타자는 제이크 폭스 보다는 한수 위일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관건은 부상관리와 컨디션 조절이다. 김성근 감독은 작년과 같은 무리한 훈련은 지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과연 한화가 혹사 논란과 부상 악재를 딛고 내년 가을 야구에 도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