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 민낯' 드러낸 2015년 중국

2015-12-24 15:30
"상하이 압사사고부터 선전 산사태 참사까지" 대형 안전사고 잇달아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상하이(上海) 압사 사고에서 선전(深圳) 산사태 참사까지. 2015년에 중국에서는 유독 '인재(人災)'가 많았다. 올 한 해 중국은 전 세계인에게 30년간 고도 성장 속에 가려져왔던 추한 민낯이 드러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 12·31 상하이 와이탄 압사사고

상하이 와이탄 압사사고 현장. [사진=신화통신]


중국의 2015년 새해 맞이는 글로벌 도시 상하이의 압사사고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새해 첫 날을 불과 30분도 남겨놓지 않은 지난 해 12월 31일 밤 11시 35분경(현지시각), 상하이 와이탄(外灘)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장에 수 십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서로 밟고 밟히는 끔찍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36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다쳤다.

현장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무질서가 빚어낸 대참사였다. 사고 발생 후 상하이 시장은 "부실한 공공안전의 민낯이 드러난 사례”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상하이시 공무원 10여명에겐 줄줄이 중징계가 내려졌다. 가장 번화하고 현대화된 도시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국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6·1 창장 유람선 침몰 사고

창장유람선 침몰 사고 현장. [사진=신화통신]


‘중국판 세월호’라 불리는 창장(長江) 유람선 침몰 사고도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참사였다. 지난 6월 1일 창장 중류에서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가 악천후 속에서도 무리하게 운항하다 강풍에 휘말려 침몰했다. 이로 인해 당시 배에 타고있던 458명 중 44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신 중국 건국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대형 선박 침몰사고였다.

비록 폭풍우가 초래한 천재지변이긴 했지만 선장의 우선 탈출, 무리한 선박 개조, 방만한 선박 안전관리, 생존자 구조작업 늑장 대응 등이 속속 드러났다. 

▲8·12 톈진항 물류창고 폭발사고

톈진항 폭발사고 현장. [사진=신화통신]


톈진(天津)항 폭발사고 역시 안전관리 소홀과 정경유착 부정부패가 개입된 명백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중국인의 공분을 샀다. 지난 8월 12일 밤 톈진항 물류창고에서 시안화나트륨 등 유해독성물질이 보관된 컨테이너가 폭발하면서 120여명이 숨지는 등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톈진항은 중국 최대 항구이자 세계 10대 항구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고 특히 유해화학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텐진시 공무원과 기업인들간 정경유착 정황이 포착됐고 사고 수습 과정에서 현지 정부가 보여준 정보공개 부실과 늑장 대응은 화를 키웠다.

▲12·20 선전 공단 산사태 사고

선전 산사태 사고 현장. [사진=신화통신]


중국 '개혁개방 1번지'로 1980년대 눈부신 발전속도를 자랑하던 선전도 안전사고를 피해갈 순 없었다. 바로 지난 20일 선전 광밍(光明)신구 류시(柳溪)공업원 부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닌 공사 과정에서 파낸 흙더미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인재였다. 선전시 발전계획에 따라 지하철 공사, 부동산 개발 등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파낸 흙과 건축폐기물을 쌓아놓은 건물 20층 높이의 '인공산'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

수 차례 토사 붕괴위험성이 위험성이 경고됐지만 당국은 무시했다. 결국 무너져 내린 흙더미는 순식간에 축구장 약 50개 크기에 달하는 면적을 뒤덮었다. 사고 발생 닷새째인 24일까지 흙더미에 매몰된 70명은 생사불명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선전 산사태가 중국 성공신화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잇단 대형 안전사고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중앙도시공작회의에서 "안전을 도시건설의 최우선 순위로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