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고개숙인 스타, 사과는 했지만 찜찜한 뒷맛
2015-12-21 15:00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수많은 사람의 무리를 뜻하는 '대중'. 대중이라는 단어와 연결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냄비근성이다. 냄비근성이란 어느 한 주제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확 불타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식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 뭉치기 좋아하는 국민성 등에 의해 유독 대한민국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어떤 이슈가 등장하면 대중은 쉽게 흥분하고 동조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슈가 등장하면 조금 전 열을 올리던 이슈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이같은 대중의 성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음주운전, 말실수, 마약, 도박 등 잘못을 저질러도 한동안 떠들썩했다가 또 다른 스타의 잘못으로 묻힌다. 자신의 잘못을 다른 이의 실수로 덮으려는 연예계,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다 제 발등을 찍고 있는 스타가 있다. 윤은혜다. 윤은혜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한 가방 브랜드 사진 행사에 참석해 자신을 둘러싼 디자인 표절 논란에 대해 "그동안 심려를 많이 끼쳐 죄송하다"며 "논란이 있었지만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짧은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과에 대중이 마음을 풀기는커녕 더욱 차가와진 느낌이다. 주어가 생략된 사과, 영혼없는 사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라며 대중은 윤은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기보다 더 얼어붙은 양상이다. 논란이 일어난지 4개월이 지난 시점도 문제다. 사과를 받을 대상을 지칭하지도 않은 성의 없는 사과는 얼렁뚱땅 이 사건을 덮고 싶다는 속내를 여실히 비치고 있다.
아무리 쉽게 끊어오르고 쉽게 잊혀지는 대중의 마음이라지만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진심'이다. 대중의 진심을 농락한 유승준은 아직 국내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고 사생활 논란으로 눈총받고 있는 에네스 카야 역시 대중의 곱지않은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반대로 말한마디로 천냥빚이 생기기도 한다. 윤은혜는 대중에게 스스로 빚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