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따라잡힌 제조업…내년부터 정부 지원 줄인다

2015-12-21 07:57
조선·철강 침체…전기차 등은 지원 강화 자율사업재편 촉진
중국과 격차 축소에 추격형 성장전략 한계…정상기업 육성 주력

[사진제공 = 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조선·철강 등 핵심 제조업 지원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수출 생태계로는 거세게 추격하는 중국을 뿌리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0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부터 제도·자금 지원 중심의 기업정책을 경쟁촉진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업정책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초요소를 보강하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중소, 중견, 대기업이 상생하는 건실한 기업생태계 구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 경쟁력 제고와 기업가정신 함양으로 기업가형 국가를 추진할 것”이라며 “수요자 중심 기업정책 차원에서 기업들이 빠른 환경변화에 경영 자원을 신속히 재배치할 수 있도록 사업재편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주력 제조업이 중국 기업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격형 성장 전략 한계에 봉착…새로운 돌파구 고심

우리나라 제조업은 중국 추격 및 혁신기업 출현 등 글로벌경쟁 심화로 기존 추격형 성장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

1970년대 이후 중화학공업과 1990년대 후반 이후 첨단기술 육성 정책이 수출중심 전략과 맞물리며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중국 등 개도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물론 글로벌 혁신기업 출현으로 정부주도 요소투입 중심 생산성 제고 방식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요의 질적인 변화와 다양화를 반영해 혁신을 선도해 나갈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중심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생산성 향상 지체로 중국·일본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공격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철강·석유화학·조선·정보통신 등 분야는 격차 축소 또는 역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지난 5월 중국이 내놓은 ‘중국 제조 2025계획’을 보면 정보기술, 신소재, 해양장비 등 10대 제조업 분야를 중점 육성해 오는 2025년까지 독일·일본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10년 안에 제조업을 중국의 핵심 경제로 부상시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력 제조산업 중에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은 중국의 공급과잉 등으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북미, 아시아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동유럽과 남미 등 신흥시장 수요 위축으로 성장세 둔화를 보이는 추세다. 세계 자동차판매 증가율은 전년대비 2012년 5.7%에서 2013년 4.0%, 지난해 2.7%로 뚝 떨어졌다.

석유화학은 중국(석탄)·중동(천연가스)·미국(셰일가스) 생산설비 확대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해당 지역 대비 우리나라 원가경쟁력도 불리한 상황이다.

조선·해양플랜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발주량이 감소추세에 있으며 중국 과잉공급 영향으로 설비 공급과잉도 20% 내외다. 저가상선 수주, 해양플랜트 공정지연 등으로 수익성 하락하고 중소조선소는 장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 우려까지 겹쳤다. 현대·삼성·대우 등 조선 3사 영업이익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밖에 철강은 중국 등 신흥국 설비 확충과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 침체로 공급과잉 심화 및 가격하락 지속 예상된다.

◆ 정부 “부실기업 구조보다 정상기업 육성에 주력”

이처럼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후퇴하자 정부는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보다 정상기업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주요 기업정책을 부실기업 살리기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정상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2차 전지 시장에 뛰어들거나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생산 비중을 늘리는데 필요한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등 경쟁국 추격과 국내 및 글로벌 과잉 공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다수의 한계기업이 발생하고 있다”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구비돼 있지만 정상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제도는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은 장기침체와 산업전반 과잉설비 해소를 위해 1999년부터 산업활력법을제정해 기업의 사업재편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도 요소투입 주도에서 총요소생산성 향상 주도로 성장구조 전환에 적합하도록 유연한 정책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