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뿌리혹병균 퇴치 급선무(急先務)

2015-12-18 13:38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는 지리적 특성으로 월동채소 재배의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재배특성은 곧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져 지난해 월동무 1360억원, 양배추 538억원, 브로콜리 208억원의 조수입을 올리는 등 제주 농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잦은 비 날씨와 이상기온으로 월동채소 가격이 폭락하는 가운데 이러한 십자화과(꽃이 열십(+)자 모양으로 피는 식물)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시련이 닥치고 있다. 뿌리혹병 또는 무사마귀병이라 불리는 병원균이 서부지역 월동채소 주산지에 폭발적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뿌리혹병은 뿌리에 혹이 난 것처럼 증상이 나타나는데,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해서 고사시키는 병으로 십자화과 작물에 발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뿌리혹병의 전파력은 물에 의한 전염과 농기계나 농기구에 묻은 흙을 통해서도 옮겨질 만큼 강할 뿐만 아니라, 6~7년 동안 토양 속에서 생존할 수 있어서 완전 방제가 어려운 병원균 중 하나이다.

제주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8ha 발병했던 뿌리혹병 발생 면적이 올해 103.4ha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방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번 병이 발생한 포장(밭)에서는 해마다 발생이 되풀이 되면서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관계기관에서는 대책으로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농가포장에 토양개량제와 유기물을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뿌리혹병 예방 종합시험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벼과작물을 중심으로 한 돌려짓기를 권장, 병의 발생정도를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가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시험사업이라니, 대처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미 발생한 농가들은 손실을 감소하면서, 시험사업이 끝나는 내년까지 기다리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돌려짓기 방법도 현실성이 없다. 농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월동채소를 재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벼과작물로는 월동채소의 수익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동채소보다 못한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니고, 농가 인건비도 벌기 힘든데 농가에서 순수하게 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관계기관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병원균 차단을 위해 발병된 농지에 출입한 농기계와 사람들이 다른 밭으로의 이동에 따른 주의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함에도 방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로 유명한 강원도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에서는 채소류 수급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1999년부터 뿌리혹병에 대한 약제 공급과 살포를 상용화 하고 있어서 피해확산을 억제하고, 고랭지 채소 재배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작년까지 투입된 자금만도 국비 등 523억8400만원에 이른다.

관계기관에서는 강원도와 제주의 토양이 다르고, 환경이 다루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신중해도 너무 신중하다.
등록되지 않은 약제를 사용하자는 것도 아니고, 뿌리혹병 적용약제로 등록된 농약의 사용을 지원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타당한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수용을 망설이고 있다.

적용약제란, 그 병에 대한 방제효과가 인정되고 안전성을 확인한 농약을 농촌진흥청에서 인정한 것이다. 지금처럼 농가피해가 확산되는 시기엔 시급한 도입이 타당하다고 본다.

‘맹자’에 보면, 급선무(急先務)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급하게 먼저 힘써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장 급하지 않은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을 경계하는 글이다. 정작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다른 일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한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뿌리혹병균이 확산되지 않도록 농기계와 농사 종사자들의 소독장소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급하게(急) 먼저(先) 힘써야 할 일(務)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제주도의회 고태민 의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