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후폭풍] 美 9년만에 금리인상...韓 가계부채 영향없나?
2015-12-17 07:49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미국이 9년여 만에 금리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한국의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내수활성화 명목으로 부동산 금융규제를 풀었지만, 되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높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대비한 부채관리가 충분한 수준인지,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대내외 충격을 감내할 수준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17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166조원으로, 올해 안에 1200조원을 돌파할 것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악재와 맞물려 한국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한은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가계부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이 강하게 이뤄질 경우 가계 부문의 부실위험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충격을 가정해 가계 부문 부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위험부채) 비율이 19.3%에서 32.3%로 13.0%포인트나 상승했다.
한은은 이 경우 자영업자는 물론 고액자산가나 빚을 내 집을 산 자가 거주자도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인구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잠재 위험 증가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기업부채와 관련해서도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풀리면서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계속 급증하는 실정이다. 한계기업이란 통상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채 갚지 못하는(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을 말한다.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작년 말에는 15.2%로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3295곳 중 73.9%(2435개)는 과거에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좀비기업'이라 불리는 한계기업에게는 미국 금리 인상이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의 빚은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실채권으로 전락하고 은행의 건전성에 직격탄을 가하게 된다. 특히 장기침체에 빠진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부실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오래전 부터 예고돼왔던 사안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부채관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주요국보다 높은 DTI 상한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만들어 경기민감 업종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채권은행은 지난 6월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구조조정대상 35곳을 선정한 데 이어 현재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정부의 대책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와 같은 핵심 규제가 빠져 있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가계와 기업 부채를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