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트럼프 덕분에 주류로 편입되는 사이비 언론사들
2015-12-14 16:14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막말로 유명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덕분에 변방에 있던 사이비 언론사들이 주류 언론으로 편입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사이비 언론사들의 주장을 사실 확인없이 인용한 뒤 이슈화시키면 주류 언론사들이 트럼프의 주장을 보도하는 악순환이 생겨났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사이비 언론사의 사주인 알렉스 존스와 트럼프가 인터뷰를 했다. 존스는 자신이 소유한 인포워스닷컴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근거없는 보도를 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예컨대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 조작이라든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에서 출생했다는 등의 소문을 마치 사실인양 보도했다.
WP는 이번 인터뷰가 트럼프와 사이비 매체 간의 보이지 않는 공생 관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분석했다.
막말로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끌어 모으는 트럼프는 지금까지 변두리 뉴스들의 자극적이고 근거 없는 보도를 마구잡이로 인용해왔다. 예컨대 파리테러 발생 뒤 반이민 정서에 편승해 지난 9.11 테러 직후 뉴저지 주에 살던 수천명의 무슬림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트럼프가 주장한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수년간 떠돌던 정보일 뿐이다.
또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25만여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계획이라는 주장을 편 것은 지난 9월 사이비 언론사 중 한 곳인 ‘리얼 뉴스 라잇나우’의 보도가 출처였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괴소문들은 공화당 유력 주자인 트럼프의 입을 통해서 나오자 '진실'로 둔갑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인 버서스와 오바마 버스북 등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애초에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많은 보수층 유권자들이 이를 사실로 믿는 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CNN과 ORC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0%가량이 오바마 대통령이 국외 출생자라고 믿었으며 29%는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사이비 언론사들의 보도가 인기를 얻는 상황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를 축출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좋은 정보는 나쁜 정보를 밀어낼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거짓보다 '섹시'(sexy)할때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