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폭풍에 미국 공화당 혼란...미국 대선판 흔들리나
2015-12-10 14:30
'미국판 히틀러' 오명에도 국내 지지 공고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에 미국 정가가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현지 언론들은 공화당이 전세계에서 빗발치는 비난 여론과 미국 내의 견고한 트럼프 지지율 사이에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 공화당 휘젓는 트럼프 카드…"무소속 출마도 모색"
무슬림 발언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는 제 3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9일 (이하 현지시간) ABC와 CNN 방송 등에 출연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묻자 자신이 원치 않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한 약속을 깬다면 나 역시 약속을 깰 수밖에 없다"면서 공화당이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출마'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9월 경선 결과 승복 서약서에 공식 서명을 했다.
이같은 발언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이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이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공화당 및 미국의 가치에 위배된다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뒤 나온 것으로 주목을 끌고있다. CNN은 "트럼프가 (독자출마) 결정을 내릴 경우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이길 기회를 확실하게 빼앗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공화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졸리(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을 비롯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 퇴출'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의 두배가 넘는 지지를 받는 트럼프를 내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슬림 발언 직후 이어진 백악관을 비롯 전세계적으로는 쏟아졌던 트럼프 비난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걸프뉴스 등 중동 언론들은 트럼프를 "미국판 히틀러"라고 비난했다.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의 영국 입국 금지 서명운동에는 지금까지 34만명이 넘는 이들이 서명했다. 청원은 "영국은 '증오 발언'(hate speech)을 한 수많은 개인의 입국을 금지해왔다"며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국회의원 수십 명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와의 면담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무슬림 관련 발언을 거부한다면서도 면담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비난 여론과는 별개로 미국의 '무슬림포비아'는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블룸버그 폴리틱스와 퍼플 스트래티지가 지난 8일 유권자 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화당 프라이머리 유권자의 65%가 트럼프의 무슬림 발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가 9일 보도했다. 특히 조사대상의 3분의 1이 넘는 37%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를 더욱 지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파리와 샌버나디노 테러 뒤 미국에서는 무슬림혐오 정서가 더욱 팽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폭력상담 기관인 크라이시스텍스트라인 (CRISIS TEXT LINE)은 11월 동안 피해를 호소하는 무슬림들의 상담이 평소의 6배를 넘어섰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9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