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내연녀에 "집 돌려달라" 소송…법원 "절반 돌려줘야"

2015-12-14 10:28
1심 "혼인 합의 없었다" 청구 기각…2심 "돌려준다는 약속 지켜야"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내연녀에게 아파트를 사준 남성이 결별 후 돌려달라고 소송, 내연녀로부터 아파트 대금의 절반을 돌려받게 됐다.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A(54)씨가 B(36·여)씨를 상대로 낸 약혼해제를 원인으로 하는 원상회복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B씨가 A씨에게 1억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아내와 별거 중이던 A씨는 2008년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18살 연하녀 B씨를 만났다. A씨는 B씨에게 빚을 갚아주는 조건을 제시해 연인으로 지냈다. 실제로 A씨는 그해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B씨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하고 보석류 등 고가품을 사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업무상 이사를 하게 된 A씨는 B씨에게 함께 갈것을 제안,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해 B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줬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곧 헤어졌고 B씨는 A씨의 만남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아파트 구입대금의 절반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B씨는 아파트를 처분해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이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했다.

그 사이 아내와 이혼한 A씨는 "묵시적으로 약혼의 성립 및 혼인을 전제로 아파트를 사준 것이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아파트를 사줄 당시 본처와 법률혼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고 두 사람이 손님과 유흥주점 접객원으로 만났으며 많은 나이 차를 보면 혼인을 조건으로 아파트를 사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항소하면서 예비적 청구로 "결별 후 아파트 구입대금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거듭 말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불륜 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준 돈은 불법행위에 따른 급여이므로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맞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여러 차례 구입대금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있고 불법행위에 따라 건넨 돈이라도 그 반환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판단, A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