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비고 왕교자, 추억의 맛 비밀은?…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가보니
2015-12-14 17:10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 돼지고기, 야채 등을 잘 갈아 섞은 만두소 재료들이 호스를 타고 이동해 동그랗게 펴진 만두피 위에 떨어진다. 이 만두피를 만두의 외형을 잡아주는 기계가 위에서 찍어 누르니 반달 모양의 만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끝으로 만두의 최종 형태를 만드는 특허 받은 성형기가 만두 바깥 부분의 주름을 잡아주니, 삼면의 각이 살아 있는 해삼모양의 '미만두'가 탄생했다.
CJ제일제당의 인천냉동식품공장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비고 왕교자'를 생산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성형기를 통해 만들어진 미만두 수백여개는 열을 맞춰 99도의 찜통기에 들어간다.
5분간 찐 만두가 김을 모락모락 내며 레일을 통해 나오자 이호언 CJ제일제당 생산팀 과장은 "지금처럼 맛있는 만두는 없다"며 기자에게 건냈다.
한입 베어 물어보니 육즙이 나오고, 어린 시절 명절 때 시골에 가면 할머니가 손으로 직접 빚어 찜통에 쪄 주던 만두 맛이 났다.
이렇게 쪄낸 만두는 영하 40도의 냉동기에 곧바로 들어가 18분 동안 급속 동결된다.
이호언 과장은 "식품 내 수분이 냉동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본연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0~5도의 빙결점대를 가장 빨리 통과, 동결 시 발생할 수 있는 얼음 알갱이를 극소화해 원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게 급속냉동의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20년 넘게 만두만 연구한 수석연구원을 포함해 총 9명이 전국의 만두 맛집을 2년 간 돌아다녔다. 미세한 맛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한 입 먹고 물로 헹구는 작업을 계속했다. 하루에 300개 이상의 만두를 손으로 직접 빚어 테스트하다 보니 아무리 씻어도 돼지고기와 야채 냄새가 진동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씹히는 느낌'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투구 했다.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을 때는 만두소를 칼로 일일이 다져서 만들지만, 냉동만두는 야채나 돼지고기 등 모든 재료를 갈아서 넣다 보니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집에서 직접 빚은 만두 맛을 내기 위해 기존 제조공정을 버리고, 고기와 야채를 칼로 써는 공정을 도입했다. 고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려 씹었을 때 입안에서 가득 차는 풍부한 식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또 풍부한 원물감의 만두소를 만들기 위해 기존 교자만두보다 크기를 확대한 ‘왕교자’ 타입으로 제형(劑形)했다. 기존 교자만두는 한 개당 약 13g에 불과했지만 비비고 왕교자는 35g이다.
쫄깃한 만두피도 비비고 왕교자만의 특징이다.
이 과장은 "쫄깃한 식감을 위해 1000번 이상 반죽을 치대고 수분 동안 진공반죽 한다"며 "반죽을 1000번 이상 치대는 과정에서 밀가루와 공기 입자가 밀착해 만두피는 더 쫄깃해진다"고 귀띔했다. 이후 믹서기 안의 공기를 빼고 진공상태에서 반죽하는 과정을 통해 반죽 내의 수분이 고루 스며들어 촉촉함을 살려준다.
이같은 노력으로 CJ제일제당은 2013년 해태제과에 밀린 냉동만두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재탈환했다. 올해(9월 누계)는 32.9%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해태제과(19.9%)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특히 교자만두 시장에서 지난해 30%대로 성장했고, 올해는 43.2%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