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지난 9월 자신의 신혼집에 침입해 동거녀이자 예비신부를 흉기로 찔러 해친 군인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서 정당방위를 인정 받았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모(20) 상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아온 양모(36)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원도 군부대에서 근무 중이던 장 상병은 올해 9월 24일 정기휴가를 받아 서울을 찾았다. 이후 친구와 술을 마셨고, 이날 오전 5시30분께 양씨의 신혼집에 침입해 박모(33·여)씨를 흉기로 찌르는 범행을 저질렀다. 그 자리에서 양씨는 장 상병과 격투를 벌이다 흉기를 빼앗아 복부 등을 찔러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양씨가 당시 예비신부가 흉기에 찔린 모습을 목격한 직후 자신도 흉기로 위협당하다 이마와 손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현행 정당방위의 제1요건인 자신과 타인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받은 경우로 해당된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또 "양씨가 장 상병을 흉기로 찌르는 행위 외에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사회 통념상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씨가 거짓말탐지기 검사 때 "장 상병이 박씨를 살해했고 나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흉기를 빼앗았다"고 진술할 당시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건 1990년 이후 25년 만의 사례다. 과거 경북 지역에서 자신을 묶어두고 애인을 바로 옆에서 성폭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됐다.